[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취득,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남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이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합수부)에 배당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단체의 진정서를 접수한 이후 검찰이 진상규명의 첫발을 뗀 것이다.
시민단체 민생경제연구소는 "구연경·윤관 부부의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최근 서울남부지검 합수부에 사건을 배당했다고 알렸다"며 "조만간 진정인 조사 등 관련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앞서 민생경제연구소는 지난 10일 안진걸 공동소장 명의로 "피진정인(구연경·윤관 부부)에게 범죄 의심이 되는 부분이 있으니 수사해달라"며 남부지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구연경 대표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바이오 업체 M사 주식을 취득했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 3월이다. 그러나 아직 구연경 대표와 정보 제공 의심을 받는 윤관 대표 모두 주식 매수 시점 등 어떠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심지어 구연경 대표는 의혹 제기 직후 주식을 LG복지재단에 기부하며 '책임 회피 의도'가 다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5월 재단 이사회가 수증 보류를 결정하면서 기부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놓고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어 기부 안건을 처리하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구연경·윤관 부부의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은 지난달부터 금융감독원(금감원)이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도 당장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기보단, 사건 자료를 검토한 금감원 조사 결과를 지켜보는 데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증권범죄 수사에 특화된 남부지검, 특히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합수부가 사건을 맡게 됐다는 점에서 공조 등을 통해 빠르게 수사력이 집중될 것이란 시각이 주를 이룬다. 2022년 복원된 합수부는 앞서 테라·루나 사건, SG증권 주가 조작 사건, 영풍제지 주가 조작 사건 등을 맡았다.
민생경제연구소 측은 국내에서 투자 영향력과 사회적 책임이 큰 재벌가인 구연경·윤관 부부를 철저히 수사해 자본시장의 발전과 경제 정의를 확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구소는 진정서에서 "윤관 대표는 BRV캐피탈매니지먼트 대표 지위에서 자신이 직접 투자한 의약품 제조·판매업체 M사 주가 상승을 예견, 배우자인 구연경 대표에게 주식을 매수하게 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M사는 지난해 4월 윤관 대표가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있는 BRV캐피탈매니지먼트로부터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0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해 3월 말 주당 1만6000원 수준이던 M사 주가는 투자 소식이 전해진 당일에만 16% 이상 급등했고, 한때 5만원까지 치솟았다. 구연경 대표는 이 M사 주식 3만주를 개인적으로 취득했다.
민생경제연구소는 "유상증자는 통상 10~30% 할인하는 증자가 아닌 할인이 없는 증자였고, 풋옵션 없이 1년간 보호예수가 되는 조건이었기에 M사의 중단기적 주가에 상당한 호재성 재료였다"며 "구연경 대표는 이러한 정보를 통해 개인적으로 주식을 매입했을 뿐 아니라 동료 직원 등에 주식 매입 권유 행위를 자행해 자본시장의 핵심인 공정성과 투명성을 유린했다. 구연경·윤관 부부, 동료 직원과 함께 가족 등 주변 인물에 대한 조사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생경제연구소는 구연경 대표가 LG복지재단에 주식을 기부하려 한 것을 놓고 '사건 은폐 시도'라고 지적한다. 연구소는 "구연경 대표는 주식 매입 의혹에 대한 언론 취재가 시작된 후 이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지난 3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재단에 주식을 기부했다"며 "기부하는 형식을 통해 미공개 정보로 취득한 주식 보유 사실을 은폐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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