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을 타고 최근 국내 증시를 주도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등 '반도체 3강'이 동반 하락하면서 요동치는 투심이 어디로 향할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88%(2500원) 내린 8만4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7월 들어서만 7.73%나 상승하면서 최고 8만7800원까지 올랐던 기세가 차갑게 식어간 모양새다.
시가총액 2위 SK하이닉스의 약세는 더욱 뚜렷하다. 지난 11일 최고 24만8500원까지 오르면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SK하이닉스는 최근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19일 종가 기준 20만9500원까지 내렸기 때문이다. 일주일여 만에 15.69%나 감소하면서 주주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반도체 3강을 형성한 한미반도체도 예외는 아니다. 17일부터 이틀 만에 8.68% 내린 한미반도체는 19일 장에서도 1.63% 빠지면서 15만1000원까지 주가가 하락했다. 고점(6월 14일) 대비로는 무려 23.03% 폭락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므로 두 종목의 약세는 지수 전체의 약세로 이어져 충격을 더한다. 코스피는 지난 11일 2891.35까지 오르면서 2900선 돌파를 목전에 뒀으나 19일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하면서 2795.46까지 떨어졌다. 코스피가 2800선을 내준 것은 지난 2일 이후 13거래일 만이다.
국내 반도체주의 동반 약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후보의 대만 반도체 산업을 저격한 발언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 전망 등에 글로벌 반도체주가 요동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2.63% 올랐으나 장중 6.6%까지 내리기도 했고, 트럼프 후보가 언급한 대만 반도체업체 TSMC는 호실적 발표에도 장중 8% 가까이 빠지는 등 '쇼크'가 국내 반도체주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외인 투자자들의 순매도세가 두드러진 것도 반도체 3강 약세에 힘을 보탰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주(15일~19일) 기관은 글로벌 반도체주 하락을 기회 삼아 삼성전자를, 개인은 같은 맥락으로 SK하이닉스를 가장 많이 담았으나 같은 기간 외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688억원, 7248억원어치나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그간 미국 증시가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자 다소 급하게 차익 실현에 나선 투자자들이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동시에 최근 약세를 단기 조정으로 본다면 비중을 확대할 기회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19일 기술주 투매 현상이 다소 진정되며 상승 출발했으나 대부분의 업종에 걸쳐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하면서 일제히 하락했다"고 말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3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 협상 전망이 긍정적이고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엔비디아 납품도 기대할 수 있다"며 "단순한 기간 조정이면 오히려 매수할 시점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