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다빈 기자] 백일동안 기침이 지속된다는 백일해가 최근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는 백일해가 코로나19와 같이 대유행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어린이와 청소년을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대응책이 필요하다.
1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6일까지 국내서 발생한 백일해 환자는 총 6986명이다. 지난해 대비 24배나 증가했다. 최근 5년간 백일해 환자는 △2023년 292명 △2022년 31명 △2021년 21명 △2020년 123명 △2019년 496명 발생했다. 2020년대 들어 백일해 감염 환자 수가 네자리를 기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눈에 띄는 점은 감염자의 92%(6422명)가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환자 연령대별로는 13~19세 환자가 59.1%(4126명)로 가장 많았고, 7~12세가 32.9%(2296명)로 그 뒤를 이었다.
어른들도 백일해에 걸린다. 다만 소아의 경우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연령이 어릴수록 사망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이 옮기는 급성 호흡기 감염병이다. 백일해 환자와 직접 접촉하거나, 환자의 기침 및 재채기를 통해 공기 중으로 튀어나온 비말(콧물·침방울)로 전염된다. 백일해의 주요 증상은 심각한 발작성 기침, 기침 끝 '흡'하는 소리, 호흡곤란, 구토, 끈끈한 가래 등과 같은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
일부 환자에게는 △폐렴 △심부전(심장 기능 이상) △중이염 △기관지 폐렴 △저산소증 △경막하출혈 △뇌출혈 △뇌출혈에 의한 경련 △속발성 뇌염 △각혈 △탈항 및 탈장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신생아의 경우 발작적인 기침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백일해의 주된 치료제는 항생제다. 항생제는 백일해의 원인균인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에 작용해 세균의 증식과 성장을 억제한다. 백일해 치료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항생제 성분은 마크로라이드 계열의 아지트로마이신(azithromycin)과 클라리스로마이신(azithromycin)이다. 다만 복용 시 설사, 구토, 배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백일해는 강한 전파력을 갖고 있지만 잠복기가 길고 단순 감기 증상과 구분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백일해의 잠복기는 4~21일이며, 환자 한명의 비말로 최대 17명까지 감염시킬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외적으로 백일해가 확산되고 있지만 코로나19와 같은 대유행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백일해가 유행하고 있는데 국내 청소년들의 백일해 백신 접종률이 높은 만큼 코로나19처럼 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드물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교 입학생 기준 DTa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5차 예방접종률은 96.8%, 중학교 입학생의 Tdap(또는 Td) 6차 예방접종률은 82.5%에 달한다.
엄중식 교수는 "백일해는 어른들도 감염될 수 있으며, 백일해에 감염된 성인이 어린이·청소년에게 전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백일해 백신을 접종했지만 기간이 오래 지나 항체 면역력이 떨어졌을 경우, 과거 백일해에 걸린 경험이 있더라도 면역이 희박해질 경우 백일해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엄중식 교수는 "청소년·어린이 환자가 다수인데, 백신 접종의 효과를 보려면 2주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기 때문에 적어도 환자가 발생한 교육시설(학교·학원)에서는 학생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거나 코로나19 당시 시행했던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보건당국은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일상생활에서 손 씻기, 기침 에티켓 등 기본 위생 수칙을 준수할 것을 권고했다. 이어 환자의 연령대가 낮은 만큼 부모님과 선생님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도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