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새롭게 드러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불법 통치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 비자금이 어떤 방식으로 조성됐고, 사용했는지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는 지난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해 "불법 정치자금이 시효가 남아있고, 만약 그게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과세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재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관장은 최태원 회장과 이혼 소송에서 고인의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했고 2심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에서 언급된 300억원은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노 전 대통령의 새로운 비자금이다. 재판부는 SK그룹이 노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성장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에서 공개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에는 SK에 흘러간 300억원 외에 다른 인물들에게 들어간 자금을 합치면 총 90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원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제6공화국의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법원 판단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소영 관장이 재판에서 주장한 비자금 300억원은 노 전 대통령 일가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가 비자금의 과세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결국 비자금의 재조사의 길을 터준 셈이 됐다. 실제로 재조사가 진행되면 그동안 규명되지 않았던 비자금이 드러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불법 비자금에 과세를 해야 한다는 국세청장 후보자의 발언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을 조성한지 30여년이 지났지만, 불법 정치자금을 뿌리 뽑기 바라는 국민 여론을 반영한다면 과세 당국의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아트센터 나비 측은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의 비자금 과세 의견에 대해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기 약 46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709억원을 추징했지만 나머지 금액은 환수되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은 김옥숙 여사가 비자금 2000억원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고 김 여사의 친인척이 관리하는 비자금은 전혀 노출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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