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국내 '반도체주 3강'으로 평가받던 한미반도체가 7월 들어 고점 대비 하락 장세를 이어간 가운데 깜짝 반등에 성공한 단 하루, 오너가 두 아들에게 총 2%에 달하는 지분을 증여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한미반도체는 6.46%(1만200원) 오른 16만8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은 이날 종가를 깜짝 반등한 결과로 해석했다. 연초 대비 3배가량 뛴 최고 19만6200원까지 오르면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지난달 14일 대비 여전히 14.32%가량 낮지만, 이달 초 15만원대까지 밀리면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한미반도체의 17일 강세는 한 증권사가 '지금 안 사면 후회'라는 다소 과격한 제목으로 목표주가를 저점 대비 2배가량 높은 30만원까지 올린 리포트를 발간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리포트를 작성한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모바일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개화에 주목하면서 한미반도체의 주력 제품을 확보하려는 고객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눈높이를 높였다.
다만 한미반도체 주주들의 이목을 끈 소식은 이날 또 있었다. 최대주주인 곽동신 대표이사 부회장이 각각 올해 22살, 17살인 두 아들에게 지분 2%를 물려준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주가가 반등한 날, 최대주주가 깜짝 증여에 나선 셈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곽 부회장은 2002년생인 장남 곽호성군과 2007년생 차남 곽호중군에게 각각 96만9937주씩 총 193만9874주의 자사주를 증여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7월 내 최저점이던 14일 종가(15만7900원) 기준 3063억원어치로 전체 지분 중 2%에 달한다. 이에 곽 부회장의 지분율은 33.79%까지 내렸고, 부친에게 회사 지분 1%씩을 증여받은 호성군과 호중군의 보유 지분은 2.04%까지 뛰어 올랐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곽 부회장의 증여를 두고 한미반도체의 주가가 현재 바닥을 친 것뿐만 아니라 당분간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증여나 상속할 때는 20% 할증을 적용해 가치를 판단하고, 증여세 산정 시 주식 가치는 증여가 이뤄진 날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의 평균치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덜 내려면 주식 가치가 낮을 때 증여해야 하며 적어도 산정 기간엔 주가의 장기적 강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반면 일각에서는 곽 부회장의 증여가 할증이나 세금, 주가 등과 무관하게 부친인 고(故) 곽노권 회장이 자신에게 점차적 형태로 지분을 증여하면서 경영 승계의 기틀을 마련해준 것처럼, 자기 자식들도 일찌감치 지분율을 높여 경영권을 강화할 목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호성군과 호성군은 공식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고 있진 않지만 오너일가에서는 곽 부회장의 4명의 누나를 제외하면 승계 서열상 가장 높은 곳에 동일 지분으로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미반도체가 올해 배당을 늘릴 것이라는 해석도 자연스레 나온다. 이번 증여를 통해 2%대까지 지분을 늘린 아들들의 나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증여세를 내려면 지분만큼 배당을 받는 배당 규모를 크게 늘려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주들도 한미반도체가 올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확대에 따라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은 HBM TC본더 분야에서 본격적인 매출 상승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주가도 크게 오른 만큼 배당 확대를 바라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1주당 420원, 총 405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한편 17일 한미반도체 주가는 하루 만에 다시 하락하고 있다. 주식은 이날 오후 12시 2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4.40%(7400원) 빠진 16만700원에 거래 중이며, 장중 최저가는 16만100원이다. 거래량은 특징적 장세를 기록한 전날 대비 53.98% 감소해 평이한 수준으로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