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가계대출 증가세…당국 제동에 멈출까


5대 은행 가계대출, 지난달에만 5조3000억원가량 증가
금융당국의 압박에…은행권, 잇따라 대출금리 올려

가계대출 증가세에 속도가 줄어들지 않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속도 조절을 주문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같은 당국 제동에도 가계대출 증가 분위기는 계속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가계대출이 2개월 연속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이 제동에 나섰다. 당국이 현장점검을 나서는 등 은행권 가계부채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대출 증가세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달에만 5조3000억원가량(703조2000억원→708조5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2021년 7월 6조2000억원 증가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가계대출 급증세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이끌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5월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각각 전달보다 4조1000억원, 5조4000억원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4조5000억원, 5조7000억원 늘었다. 4월, 5월 은행권·2금융권 신용대출이 3000억원씩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세난과 부동산 회복 기대감 속에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자금 수요가 증가한 점이 주택담보대출 급증으로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 증가세에 속도가 줄어들지 않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지난 3일 금감원은 국내 17개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 부행장들을 소집해 가계부채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자산 건전성 관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서 가계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은행권을 압박했다.

또한 지난 15일부터 금감원은 5대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 등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관리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서면·현장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현장점검에서 금감원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이행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달에만 5조3000억원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3일 이준수 은행·중소서민금융 부원장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17개 국내은행 부행장과 함께 은행권 가계부채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금융감독원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권은 잇따라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이달 초 하나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감면 금리 폭을 최대 0.2%포인트 축소했으며, 우리은행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포인트 인상했다.

KB국민은행도 3일부터 부동산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13%포인트 높였으며, 신한은행도 지난 15일부터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05%포인트 인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당국 제동에도 가계대출 증가 분위기는 계속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우선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낮아지고 있다.

실제 대출 금리 산정에 활용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하락했다. 지난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 대비 0.04%포인트 하락한 3.52%로 집계됐다.

또한 주담대 고정형 금리의 준거금리로 쓰이는 은행채 5년물의 금리도 지난 12일 3.357%를 기록했다. 이달들어서만 0.133%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여기에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연기 조치로 인해 대출 막차 수요도 몰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금리를 올린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금융당국의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리더라도 시장금리가 떨어지면 그 효과는 반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 최근 시장금리에 선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9월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대출을 받으려는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어 증가세가 억제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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