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EO, 금투세 원점 재논의 주장하는데…도입 vs 폐지 갈등


금감원-증권사 CEO 간담회서 피력
정부·여당과 야당 의견 갈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CEO들은 지난 3일 금감원-증권사 CEO 간담회에서 금투세를 원점에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원점에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여당과 야당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금투세가 예정대로 내년 1월에 시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금투세가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다수당인 야당의 하반기 선택이 금투세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썬 하반기 중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금투세는 내년 1월 1일에 자동 시행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감원-증권사 CEO 간담회에서 금투세를 원점에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복현 금감원장과 서유석 금투협회장을 비롯해 국내 증권사 14곳(미래·NH·한투·삼성·KB·신한·메리츠·하나·키움·대신·교보·한화·카카오·토스)과 외국계 증권사 2곳(JP모간·UBS)이 참석했다.

아울러 증권사 CEO들은 세부적인 징수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시스템 보완이 사실상 곤란해 내년에 바로 시행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세금 납부의 불편으로 인한 중소형 증권사의 고객이탈 우려 △기관 간 정보공유의 한계로 인해 정확한 손익계산 곤란 △원천징수 방식으로 인한 투자재원 감소 등 투자자 불편 등이 문제라고 보았다.

이에 해당 문제점들이 보완된 후 시행 시기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같이 5월에 신고 납부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도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러 차례에 걸쳐 금투세 폐지를 주장해 온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5월 31일 금투세 관련 간담회에서 "금투세가 시행되면 해외 주식 쏠림이 심화되고, 장기 투자 대신 단기 매매가 촉발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그간 우리 자본 시장이 금투세 도입 당시에는 예측이 어려웠던 역동적인 변화를 경험한 만큼, 그동안의 환경 변화와 시장에 미칠 영향, 투자자의 심리적 동기 등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원장은 증권사-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금투세와 배당세 같은 자본시장 세제 합리화 등은 종합적으로 논의돼야 하며 특정 이슈가 이념이나 정파 간 소모적인 논쟁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면서 "늦어도 올 하반기까지는 선진화를 위해 사회적 총의를 모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 후보도 이복현 금감원장과 궤를 같이 했다. 김 후보는 지난 5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비록 기재부 1차관으로서 세제를 담당했지만 기본적으로 기업과 국민의 상생, 자본시장 활성화 등을 감안했을 때 금투세는 자본시장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보기에 따라 정도는 다를 수 있으나 금투세 폐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세법을 두고 앞으로 국회에서 심의되는 과정에서 기재부를 중심으로 협의를 해 나갈 것이고 취임할 경우 금융위원장으로서 도울 부분이 있다면 돕겠다"고 밝혔다.

10일 정부·여당과 야당의 금투세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더팩트 DB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를 통해 일정 수준(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을 넘는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3억원 이하는 소득의 22%(지방세 2% 포함)를 세금으로 물리고 3억원 초과분은 27.5%의 세율을 적용한다. 당초 지난해 1월부터 금투세가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시스템 미비 등을 이유로 여야가 합의해 내년 1월 1일로 시행 시점을 한 차례 연기했다.

정부·여당과 야당의 금투세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정부·여당은 금투세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은 이를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며 차질없이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야당이 최근 주식시장 위축과 연말정산 혜택 감소 등의 부작용으로 민심이 싸늘해지고 있어 신중론으로 돌아섰다고 보고 있다. 세혜택이 사라지면서 해외투자자들마저 국내 주식시장을 외면할 수 있어 야당이 보완 검토에 본격 착수했다고 관측했다. 또한 금투세는 서민 투자자에게까지 영향을 주는 만큼 개정 검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CEO를 비롯한 금융당국, 정부·여당이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다수당인 야당이 금투세 시행을 강조하고 있어 금투세가 예정된 내년 1월에 그대로 시행될지 이목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raj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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