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갤러리아백화점을 운영하는 한화갤러리아가 국내 주요 백화점 업체 4곳(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 중 여성 임원 인원과 비율이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회사에 출근하는 '상근 임원' 중에는 여성이 한 명도 없는 유일한 백화점 업체로 조사됐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화갤러리아 임원 18명 중 여성 임원은 비상근 사외이사 1명으로 구성됐다. 한화갤러리아에 출근해 근무하는 여성 임원은 0명이라는 의미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2022년 10월 한화솔루션에 속해 있을 때 영업본부 프리미엄 전략 TFT를 담당하는 여성 상근 임원 1명을 선임해 여성 임원 2명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3분기 이를 해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갤러리아 임원(등기·미등기 임원 통합) 가운데 여성 비율은 약 5.6%(1명)다. 이는 경쟁사 백화점보다 최대 5배 가량 적은 비율이다. 롯데쇼핑의 롯데백화점 부문 임원 중 여성 비율은 25%(12명)에 달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0%(10명), 현대백화점은 9%(4명)를 기록했다. 경쟁 3사는 상근 여성 임원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 2022년 한화솔루션이 발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일터'를 ESG 경영 설명으로 내걸어 왔다. 당시 갤러리아 사업 부문은 임직원 복지 정책을 여성가족부로부터 인증받은 '가족친화 우수기업'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한화갤러리아는 사내 여성 직원 비율에서도 업계 최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갤러리아 전체 직원 804명 중 여성 직원은 365명으로 절반을 밑돌았다. 반면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은 모두 남성 직원보다 여성 직원이 더 많았다.
이와 관련,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근무 인원은 시기에 따라 여성이 많을 수도, 남성이 많을 수도 있다. 여성에 비해 남성 직원이 절대적으로 많은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임직원 성비에 대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근 여성 임원은 없는 상황이다. 회사도 여성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화갤러리아가 동종 업계 대비 회사 규모가 작기 때문에 여성 임원 수가 더 적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임원 여성 비율이 최근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ESG 경영'의 거버넌스 성과를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연구개발·실행 비용이 필요한 환경 부문의 탄소감축, 사회 부문의 상생·공헌 활동 등과는 달리 능력 있는 인력을 중용하는 것으로 비교적 적은 자원이 들기 때문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발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지배구조핵심지표 준수율 업계 최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화갤러리아는 15개 지표 중 6개를 준수하며 40%를 달성했다. 경쟁사 경우 △롯데쇼핑 66.7% △신세계 80% △현대백화점 80%다.
한국딜로이트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사의 지배구조핵심지표 평균 준수율은 49.7%였다. 올해 백화점 업계에서 이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한 기업은 한화갤러리아가 유일하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상근 임원 중 여성이 한 명이라도 있는 것이 없는 상황보다는 여성 직원 사기를 북돋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백화점 업계가 일반적으로 여성 직원 수가 많은 업종이기 때문에 능력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ESG 경영 트렌드에서 가장 손쉽게 지표를 채울 수 있고, 거버넌스 등급을 올릴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여성 임원 배치다. ESG 경영 평가 측면에서 굳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특히 유통 업계는 여성 역량이 요구되는 영역이 있기 때문에 타 업종보다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국내 상장사들의 ESG 경영 공시 의무화가 전망되는 가운데 한화갤러리아가 임원 구성을 개편하고 기업 거버넌스 평가에 대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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