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문정 기자]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첫 파업 상황에 놓였다. 회사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요구안을 반영하라며 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노사 갈등이 표면화된 가운데, 회복세에 접어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타격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는 전날인 8일 오전 11시 경기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파업에 돌입했다. 삼성전자에서 총파업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우선 오는 10일까지 사흘간 이어질 전망이다.
전삼노의 집계에 따르면, 이번 파업에 6540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이중 반도체 설비·제조·개발(공정) 담당 직원은 5211명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이 위치한 기흥·화성·평택캠퍼스 소속 참여자는 4477명에 달한다. 다만, 경찰 추산 총파업 결의대회 참석 인원은 3000명대로 알려졌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파업에 참가했다"며 "4000~5000명 이상의 직원들이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여해 무조건 생산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업 첫 날 삼성전자 사업장의 직접적인 피해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대체근무 등의 대응책을 마련한 데다가 많은 공정이 자동화돼 있는 만큼 단기적인 타격은 적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번 파업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변수로 꼽힌다. 전삼노는 우선 오는 10일까지 1차 총파업을 실시하고, 이후에 사측이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전자 DS부문은 2022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반도체 한파'에 큰 타격을 받았다. DS부문은 지난해 연간 1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가 올해 1분기 1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5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DS부문은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늘어난 수요를 바탕으로 2분기에는 약 6조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수천 명의 인원이 파업에 동참한 만큼,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생산은 공정 특성 상 24시간 365일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3월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 내부 변전소 이상으로 발생한 정전 때문에 약 28분 동안 생산공장이 멈췄을 당시 피해 규모는 500억원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최근 훈풍을 탄 반도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품평균판매가격(ASP)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eSSD 등의 생산라인 가동률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전영현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 DS부문은 최근 HBM 개발팀을 신설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 역시 파업으로 인해 생산 차질을 빚을 경우, 납기일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의 경우, 고객과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며 "삼성전자 측에서 파업에 잘 대응하며 피해를 최소화한다고 해도, 생산 차질이라는 우려가 발생한 것 자체만으로도 고객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투쟁사를 통해 "외부에서 부정적인 시선이 있고, 내부에서도 현재 상황에서 파업이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도 "우리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노조는 높은 임금 인상률 적용, 유급휴가 약속 이행,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으로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 기준 개선, 파업에 따른 임금 손실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munn0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