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직접 나선 '아시아 시장'…현대차그룹, BYD '저가공세' 뚫을까


BYD, 인도네시아 제외 아시아서 점유율 1위
프리미엄·저가 전기차 '투트랙 전략' 시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KNIC)에 위치한 HLI그린파워에서 인도네시아 EV 생태계 완성 기념식 인사말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현장 경영 행보가 활발한 아시아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가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도네시아에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합작법인을 출범하고 현지 전기차 공장 준공과 싱가포르 혁신센터를 통해 연구개발부터 생산·판매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중국 BYD 등 전기차 업체들이 저가 공세로 시장을 선점한 만큼 프리미엄 라인업과 더불어 저가 전기차를 출시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설립한 배터리셀 공장에서 인도네시아 정부와 함께 '인도네시아 EV 생태계 완성 기념식'을 열고, 전기차 배터리의 본격 생산을 알렸다.

이 자리에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함께하며 인도네시아 정부와 현대차그룹 간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LG엔솔과 함께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에 'HLI그린파워' 배터리 공장을 설립했다. 2021년 9월에 착공해 지난해 하반기 시험생산을 하고, 올해 2분기부터 배터리셀을 생산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15만대분 이상에 달하는 연간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셀을 생산할 수 있다. 오는 17일 인도네시아에 출시되는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에 HLI그린파워에서 생산한 배터리셀이 탑재된다.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생산법인(HMMI) 아이오닉5 조립라인에서 작업자가 차량하부에 배터리를 비롯한 부품을 장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배터리셀과 더불어 생산 공장 합작법인(HMMI)도 구축했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은 77만7000㎡ 부지에 지어졌으며 연간 2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었다. 현대차는 제품 개발과 공장 운영비 등을 포함해 15억5000만달러(약 2조원)를 투자했다.

현재 HMMI에서는 △현지 특화 전략 차종 '크레타' △다목적차량(MPV) '스타게이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 △전동화 SUV '아이오닉 5',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 등의 차량을 만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싱가포르에는 '현대차그룹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설립했다. HMGICS는 총넓이 9만㎡로 축구장 6개 크기에 지상 7층 규모로, 자동차 주문부터 시승, 인도, 서비스까지 실증하는 개방형 혁신기지다.

건물 옥상에 고속 주행이 가능한 총길이 620m의 고객 시승용 시험 주행 트랙을 마련했으며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이착륙장과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위한 태양광 패널 등도 구축한다. 연간 3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조립공장도 갖추었다.

현대차그룹은 HMGICS를 통해 다품종 유연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다양한 혁신과 실험을 진행해 새로 생산되는 전동화 차량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연구개발부터 배터리 생산과 전기차 생산까지 모두 아시아 시장에서 한 번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수직 계열화'를 이루고,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BYD 등 중국 업체들이 아시아 전기차 시장 대부분을 선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량 기준 중국기업의 점유율은 태국이 76%로 1위, 인도네시아가 42%로 2위, 말레이시아는 44%로 1위, 싱가포르는 34%로 1위를 차지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BYD는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 1위다. 특히 동남아 최대 전기차 시장인 태국에서는 2023년 판매량 기준 1~4위까지 모두 중국기업이 차지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44.3% 점유율로 유일하게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점유율은 높지만, 전기차는 부진한 상태다.

싱가포르 서부 주롱 혁신지구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조감도. /현대자동차그룹

업계에서는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선 저가 전기차의 출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 잠재력은 크지만 경제규모 측면에서 저가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높은 시장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아시아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의 평균 가격은 2021년 7만2400달러(약 9900만원)에서 지난해 3만7900달러(약 5200만원)으로 47% 가까이 하락했다. 테슬라, 비엠더블유(BMW) 등 글로벌 기업의 전기차 대비 1.5~5배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중국 전기차 가격 하락은 현대차그룹과 마찬가지로 아시아 지역에서의 수직 계열화를 이루고 시장에 적극 진출한 까닭이다. BYD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아시아 지역에 배터리, 센서, 모터, 전장부품, 섀시, 조명 등 대부분의 부품을 생산하는 지분율 100%의 5개 회사를 설립해 직접 제조하고 있다.

특히 BYD는 자사 전기차에 탑재되는 모든 배터리를 직접 제조하고 재활용까지 하고 있으며,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과 인산염 등 광물자원 확보를 위해 염호 및 광산 개발에 직접 참여하거나 관련 업체 지분을 인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투트랙 전략'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전기차가 가지지 못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위상을 공고히 다지고, 저가 전기차를 함께 출시해 실수요에 대응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저가 소형차종 출시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 대해 "프리미엄으로 브랜드가 자리매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기존 아이오닉 5와 코나 일트릭이 브랜드 가치를 끌어줘야 하며, (추후) 저가 차량 출시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저가 전기차로는 현대차 경형 차량을 전기차로 탈바꿈시킨 '캐스퍼 일렉트릭'이 유력하다. 해당 차량에는 인도네시아 HLI그린파워에서 생산된 배터리팩이 탑재되는 만큼 추후 아시아 시장에서의 생산과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지역이 잠재력이 높지만 경제 규모와 소득 수준을 고려하면 당장은 프리미엄 차량보다 저가 전기차 위주의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아이오닉 5와 향후 프리미엄 전동화 차량을 추가해 미래를 대비하고, 코나 일렉트릭과 캐스퍼 일렉트릭 등 대중화 모델들을 적극 출시해 점유율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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