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황산 취급 중단' 고려아연에 불공정거래 가처분 소송 제기


우월한 거래상 지위 남용한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 주장
고려아연 "시설 노후화로 대행 어려워…영풍 측 협상의지 없다"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황산취급대행계약 갱신 거절과 관련해 불공정거래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의 모습. /더팩트 DB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고려아연이 20년 넘게 영풍의 황산을 처리하는 '황산취급대행계약'을 거절하자, 영풍이 불공정거래행위임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70년 동업관계가 깨진 영풍과 고려아연의 다툼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영풍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을 상대로 황산취급대행계약의 갱신 거절에 관해 '불공정거래행위 예방청구 소송’을 제기(6월 20일)했으며, 그 보전 처분인 거래거절금지 가처분(7월 2일)을 제기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소송은 영풍과 고려아연 사이에서 장기간 지속되어온 황산취급대행계약의 갱신을 고려아연이 일방적으로 거절하고 계약 종료를 통보한 것과 관련해 영풍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영풍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생성되는 부산물인 황산을 온산항(울산항)을 통해 수출해왔다. 영풍은 제련소가 내륙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 자리잡고 있어, 황산을 수송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황산 탱크와 파이프라인을 유상으로 이용하는 '황산취급대행'을 해왔다. 이 계약은 지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갱신돼 왔다.

영풍 측의 주장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년 넘게 유지해 온 황산취급대행계약을 지난 4월 돌연 갱신 거절을 통보했다. 계약 갱신 거절의 사유는 △ESG 이슈 △시설노후화 △고려아연의 황산 물량 증가 등을 내세웠지만, 영풍은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영풍은 "애초에 영풍과 고려아연의 계약은 황산 제조 공정에 관한 것이 아니라, 고려아연의 기존 저장탱크 2기와 기존 황산 파이프라인 일부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에 불과하기에 고려아연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이 전혀 아니다"고 설명했다.

영풍은 공정거래법상 일방(고려아연)이 의존적인 상황에서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사업 활동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하는 거래거절에 대해 사업활동방해, 불이익제공행위라고 주장했다.

영풍은 "소송에서 고려아연의 거래거절이 부당함을 밝히고 대체설비 마련의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아연제련에 필수적인 황산수출설비의 공동사용 거부가 위법함을 밝혀 낼 것"이라며 "고려아연이 지금이라도 황산수출대행 계약의 거절을 철회하고 합리적인 협의의 장에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영풍 측이 현실성 없는 유예기간을 제시하는 등 협상에 의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온산 제련소 내 황산 저장 시설 노후화와 안전사고 우려 등으로 불가피하게 황산 취급을 더 이상 대행해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영풍 측에 지난 4월부터 협상을 요청했으나 영풍 측은 7년이라는 현실성 없는 유예기간을 제시하는 등 협상에 의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외부 기관 검사 결과 온산 제련소 내 황산탱크 노후화가 심각하다는 평가 결과가 나와 조만간 철거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고려아연은 영풍 석포제련소의 현실적인 사정을 고려해 계약 만료(6월 30일)일 이후에도 3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22년 고려아연이 유상증자와 한화∙LG화학과의 자사주 교환 등을 추진하며 우호지분을 확보하면서,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분쟁이 시작됐다.

영풍이 지난 3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정관 개정에 반대하고, 같은달 고려아연이 현대자동차 해외 계열사인 HMG글로벌에 발행한 신주발행에 대해 ‘신주발행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더불어 고려아연이 영풍과의 원료공동구매 중단, 공동 운영하던 '서린상사'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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