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온도 36.5℃⑥] 자립준비청년의 든든한 디딤돌…친환경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


생활·법률·고용 등 다방면 지원
정부지원 축소, 업황 악화 맞물려
신사업·구독상품 강화…활로 모색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브라더스키퍼 본사에서 김하나 대표가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영리(營利)를 얻기 위해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조직체. 국어사전에 소개된 기업의 사전적 정의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취약계층에 일자리 제공 등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사회적기업'도 있다.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법도 제정돼 2007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특히 올해부터 예산이 대폭 삭감돼 사회적기업은 기존과는 다른 생존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사회적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안양=박은평·최지혜 기자] "사회에서 통용되는 부모님이나 가족에 관한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면 불편해진다는 이유로 가상의 나를 설정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이 많습니다. 나라는 존재를 솔직히 얘기해도 편견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죠. 저희는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과정으로서, 사회로 나가기 전 범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김하나 브라더스키퍼 대표)

지난 3일 찾은 경기도 안양시 브라더스키퍼 본사는 일반적인 사무실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사무실 입구부터 비치된 식물 화분이 가벽의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최근 다양한 기관에서 적극 도입하고 있는 실내 벽면 녹화였다. 내부 벽면녹화로 사무실의 공기뿐 아니라 전반적인 분위기도 자연의 한가운데에 들어선 듯 청정했다.

패브릭 장식처럼 보였던 주 벽면의 마감재도 공기정화 식물이었다. 색색의 프라모가 인테리어 효과를 더했다. 스칸디아모스로 불리는 이 공기정화 식물은 최근 유명세를 탄 '플랜테리어' 제품이었다.

◆벽면녹화 사업을 통한 자립준비 청년 지원

브라더스키퍼는 실내 벽면녹화와 제품형 벽면녹화 식물 시공, 실외 조경 설치 등을 통해 자립준비청년의 고용과 취업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지난 2019년 설립 후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운영되다가 2021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출범 이래 4년간 총 131곳의 기관에 벽면녹화 등 조경 시설을 시공했다.

관련 법에 따라 브라더스키퍼 수익의 3분의 1은 사회적 목적에 투입되고 있다. 특히 자립준비청년 지원에 사용된다. 주거와 생필품 등 기본적인 생활지원뿐 아니라 법률상담, 멘토링, 금융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아울러 설날과 추석 모임과 성탄절과 어린이날 선물을 지원하는 등 자립준비청년과 아동양육시설의 보호아동의 커뮤니티 형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는 지난 2019년 설립 이래 전국 130여곳의 기관에 벽면녹화 제품을 설치해 왔다. 안양시청에 시공된 브라더스키퍼 벽면녹화 제품 모습. /박헌우 기자

김하나 브라더스키퍼 대표는 "신용불량자의 상태로 입사해 3년간 근무하고 용접을 배워 직업기술학교 강사가 된 퇴사자가 있다"며 "임직원들이 직접 입사 후 개인파산 등 자산 정리를 도와줬다. 일반 회사와 가장 큰 차이는 동료 직원을 가족처럼 여기는 인식과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라더스키퍼는 자립준비청년의 사회적 인식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지자체와 함께 자립준비청년의 날을 제정하기 위한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오뚜기를 닮은 숫자 8과 홀로 서는 게 아니라 함께 선다는 의미를 담은 11을 사용해 8월 11일로 지정한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날을 제정하면) 오히려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들이 싫어할 수 있다는 인식도 있지만, 장애인의 날 등 소수자를 명명하는 날은 그들의 권익을 신장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자립준비청년의 날 지정을 통해 이들이 사회에서 인식되길 바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안양시 동안구 브라더스키퍼 본사에서 김하나 대표가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정부 지원 축소에 난항 예고

그러나 브라더스키퍼의 운영 여건은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가 났다. 매출은 2022년 14억원에서 지난해 약 8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더해 내년부터는 정부의 일자리 지원사업도 중단돼 장기적인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계획을 내놓으면서 13개 부처의 사회적경제 사업 예산을 1조1120억원에서 4851억원으로 56%가량 줄였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1550억원이던 현금성 지원 예산을 올해 인건비 잔여 계약분에 대한 500억원을 남기고 모두 삭감했다. 내년부터는 급여 지원이 아예 사라지게 된다. 대신 자생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지원 방식을 바꿀 계획이다.

이에 따라 브라더스키퍼도 자립준비청년 직원에 제공되던 급여 지원이 중단될 예정이다. 될 전망이다. 회사는 지난 3년간 지원 대상에 올라 급여의 일정 부분을 제공받아 왔다.

업황 전망도 어둡다. 김 대표는 "그동안 벽면녹화 사업만으로도 수익 창출이 가능했지만, 조경 사업이 건설 분야다 보니 건설업황 악화로 예산을 줄이는 기업이 많다"며 "특히 벽면녹화의 경우 매달 유지관리가 필요해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당장은 경기도에 신설된 사회적경제원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계약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8월 재단법인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창립이사회를 열고 법인설립 절차에 들어섰다. 도내 사회적기업과 경기도에서 입찰하는 다양한 사업을 연계하고 있다.

브라더스키퍼는 향후 기업의 자립을 위한 성장 동력으로 구독 상품과 기업 연계 신사업 등을 꼽았다. 브라더스키퍼의 구독 상품 모습. /박헌우 기자

◆성장동력 '구독 상품·신사업' 추진

브라더스키퍼는 성장동력으로 기업 및 지자체와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코리아세븐과 협력한 편의점 사업이다. 지난해 북한이탈주민 창업 지원에 나섰던 세븐일레븐이 채용 연계를 지원한다. 경기도는 예산 지원에 나설 전망이다.

김 대표는 "코리아세븐 측에서 자립준비청년 지원의 일환으로 편의점 창업 사업 아이템을 제안했다"며 "금전적 지원이라기보다는, 편의점 운영을 통해 관리자 경험이 어려운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좋은 이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구독 상품 운영도 강화할 방침이다. 브라더스키퍼는 지난 2월 정기구독 상품을 출시해 장기적 고객 창출에 나섰다. 기존 B2B에서 B2C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김 대표는 "정부가 컨설팅을 주축으로 지원 방식을 변경했지만, 사실상 사회적기업이 일반기업과 동등한 여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기는 어렵다"며 "전문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지원금 등 보다 효율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자립준비청년의 24%가 기초생활수급자가 된다고 한다"며 "이로 인한 사회복지비용을 고려하면 사회적기업 등을 통한 근본적인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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