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 과세당국을 상대로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한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자신의 항구적 주거지라고 밝힌 미국에서 정작 주거지를 '일본'으로 제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납세 의무를 지지 않으려 한국에서는 '미국 거주자', 미국에서는 '일본 거주자' 행세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 재판부는 27일 오후 윤관 대표가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의 4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번 재판은 2016~2020년 윤관 대표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배당 소득 221억원에 대해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했다는 서울지방국세청의 판단이 내려진 이후 강남세무서가 종합소득세 123억원을 청구했고, 이에 윤관 대표가 불복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소송에 앞서 윤관 대표는 조세심판원에 불복 심판 청구를 제기했으나, 기각된 바 있다.
윤관 대표는 과거 과테말라 국적을 취득한 후 미국 시민권을 받았다. 자신이 미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며, 국내 거주자도 아니라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게 윤관 대표의 주장이다. 이날 법정에서도 윤관 대표 측 변호인은 '윤관 대표는 국내 거주자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재확인했다. '단기 거주 외국인'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과세 범위를 줄이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소득세법상 거주자로 판단하는 기준은 체류 기간(183일), 국내 소득, 항구적 주거 등이다. 그간 윤관 대표 측은 "미국에 항구적 주거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남세무서 측은 윤관 대표 측 주장에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기본적으로 아내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자녀들이 있는 한국을 항구적 주거지로 보고 있는 강남세무서 측은 윤관 대표가 미국 거주, 또는 한국과 미국 이중 거주 모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강남세무서 측 변호인은 "미국을 윤관 대표의 항구적 주거지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취지로 구석명신청서를 제출했다"며 "16일, 17일, 33일 등 윤관 대표의 미국 체류 일수가 미미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특히 강남세무서 측은 윤관 대표가 미국에서 세무 신고를 할 때 주거지를 '일본'으로 기입한 점을 지적했다. 변호인은 "윤관 대표는 과세당국 조사를 받을 때 자신의 주거지를 일본으로 적었고, 미국에서 세무 신고를 할 때도 신고서에 일본 주소를 적은 적이 있다"며 "어떠한 경우에는 과테말라 국적의 홍콩 거주자라고 밝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를 향해 "미국 체류 일수, 일본 주소 등은 해명이 필요하다"며 "미국에서는 일본 거주자라고 하고, 한국에서는 미국 거주자라고 하는 것이 아닌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해당 내용에 대해 윤관 측 변호인은 당장 뚜렷한 답을 내놓진 않았다. 다음 기일에 의견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은 "주로 미국에 있었고, 일부 일본에 있던 간극 시기에 (그런 것)"이라고만 했다.
다음 기일은 9월 5일 오후 3시다. 강남세무서 측은 윤관 대표의 국내 직업 활동에 대한 변론에 나설 예정이다. 윤관 대표가 총책임자로 알려진 BRV코리아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BRV코리아는 현재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앞서 과세당국은 국내에 사업 장소를 둔 것 외에도 윤관 대표가 내국법인 BRV코리아의 자원을 활용, BRV펀드의 국내 투자 운용을 담당하는 등 국내에서 직업 활동을 수행해 국내 거주자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BRV펀드의 총투자액은 약 3500억원에 달하고, 이 중 70% 이상이 국내 투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윤관 대표는 'BRV코리아는 여러 출장지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주장해 왔다.
윤관 대표의 업무 미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업무 미팅 횟수 등은 국내 직업 활동 여부를 가리는 주요 기준이다. 재계에서는 윤관 대표가 수년에 걸쳐 국내 기업인들과 업무 미팅을 가졌고, 특히 LG가(家) 맏사위로서 재계 사교 모임인 '박물관의 젊은 친구들'에 참여하는 등 국내에 중대한 이해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관 대표가 서울 중구에 있는 한 특급 호텔의 3억원짜리 회원권을 보유한 것도 업무 미팅, 모임 장소로 활용하기 위함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강남세무서 측 변호인은 "윤관 대표가 한국에서 어떻게 자금을 마련하고, 투자해서 이익을 냈는지, 관련 내용을 보강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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