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3세 신유열, 한일 경영 전면에…향후 승계 과제는?


신유열,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
경영 능력 입증·지배력 강화 적극 나설 듯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가운데)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참가해 롯데정보통신 부스를 점검하며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롯데정보통신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이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이로써 한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그룹 경영자로서 전면에 나서며 경영 승계에 속도를 내게 됐다. 승계 작업의 남은 과제로는 경영 성과를 통한 입지 굳히기, 지배력 강화 차원의 지분 확대 등이 꼽힌다.

27일 재계와 롯데그룹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전날 도쿄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유열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통과시켰다. 신유열 전무는 한국과 일본 지주사에서 각각 임원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번 신유열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은 회사 주요 의사 결정에 목소리를 더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게 재계 분석이다. '경영 수업'을 받고 있던 신유열 전무가 사실상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롯데홀딩스 이사진으로 합류, 본격적인 '3세 경영'의 시작을 알렸다는 평가다. 롯데의 지배구조는 '광윤사→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지주'로 이어져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유열 전무가 기업인으로서 롯데 경영 전면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유열 전무의 최근 행보를 보면, 경영 승계에 탄력이 붙었다는 평가에 무게감이 더해진다. 지난 2020년 부장으로 입사한 신유열 전무는 물밑에서 경험을 쌓다가 신동빈 회장의 주요 출장에 동행하며 차츰 존재감을 키웠다. 이후 2022년 말 롯데케미칼 상무로 한국 롯데 인사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린 데 이어 1년 만에 전무로 승진, 그룹 중장기 비전을 수립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미래성장실을 이끌게 됐다. 최근에는 롯데 사장단 회의에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한국에서 처음 등기임원에 올랐다. 주요 임원으로서 책임 경영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현재 신유열 전무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을 겸하고 있는데, 미래성장실장에 이어 그룹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 사업을 책임지게 한 것은 대내외적으로 그가 그룹 후계자라는 걸 공식화한 결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신유열 전무는 한일 롯데 모두에서 주요 임원직을 맡는 등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더팩트 DB

승계를 위한 향후 신유열 전무의 과제로는 '경영 능력 입증'이 거론된다. 광윤사의 영향력 아래 실질적 경영 주체인 롯데홀딩스의 다른 주주들에게 지속해서 선택을 받을 수 있어야 안정적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광윤사 지분 과반수를 보유한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주와 임직원의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앞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신유열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하기도 했다.

신유열 전무에 대한 내부 평가는 긍정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바탕으로 신유열 전무는 지주 미래성장실장, 바이오 글로벌전략실장뿐만 아니라 롯데파이낸셜 대표,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 공동 대표 등 최근 주요 보직을 잇달아 맡게 됐다.

롯데 관계자는 "신유열 전무는 노무라증권에서 경험을 쌓던 중 컬럼비아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한 후 롯데에 입사했다. 롯데파이낸셜 대표로서 금융 시장에 대한 조예가 깊고, 롯데홀딩스 경영전략실을 담당하는 등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며 "한국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역임하며 역량을 발휘해 롯데홀딩스 이사 후보로 추천됐다"고 설명했다.

신유열 전무가 향후 지배력 강화 차원의 공격적 지분 매입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신유열 전무는 지난 5일 롯데지주 주식(보통주 7541주, 0.01%)을 처음으로 사들였다. 그러나 한화의 김동관 부회장(4.91%,), HD현대의 정기선 부회장(5.94%) 등 차기 후계자로 언급되는 다른 기업인과 비교하면 지분 보유 시점이 다소 늦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승계의 걸림돌로 여겨진 병역 문제는 해소됐다. 1986년생, 올해 만 38세인 일본 국적의 신유열 전무는 국내 병역법에 따라 병역 의무가 면제된 상태다. 재계에서는 신유열 전무가 신동빈 회장과 같이 법무부에 국적 회복 허가를 신청하며 올해 한국 국적을 회복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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