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온도 36.5℃⑤] 동부케어, '맞춤형 가족 복지 서비스'로 노인·영유아·장애인 돌본다


연매출 100억원 경기 남부지역 대표 사회적기업으로 '우뚝'
영세업체와 연계·AI 활용해 '개인 맞춤형 돌봄 서비스' 추진

지난달 28일 오전 경기 화성시 동부케어 주간보호센터에서 노인들이 주간보호 프로그램에 참석해 탁구공을 활용한 게임을 하는 모습. /장윤석 기자

영리(營利)를 얻기 위해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조직체. 국어사전에 소개된 기업의 사전적 정의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취약계층에 일자리 제공 등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사회적기업'도 있다.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법도 제정돼 2007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특히 올해부터 예산이 대폭 삭감돼 사회적기업은 기존과는 다른 생존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사회적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화성=김태환 기자·최의종 기자] #. "이겨라, 이겨라." 5월 28일 오전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동부케어'에서는 주간보호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노인 21명이 탁구공을 종이컵에 넣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누구 하나 빠지는 사람 없이 만면에 미소를 띠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탁구공이 컵에 들어갔을 때 일부는 환호를, 또 다른 일부 노인들은 탄식을 뱉기도 했다.

게임을 진행하고 심판을 봐주는 사람은 나이 지긋한 요양보호사였다. 그는 이날 오전 노인들이 도착함과 동시에 건강을 점검하고 아침체조와 더불어 간식을 챙겨주는 등 세심하고 꼼꼼하게 관리했다. 오후에는 낮잠과 산책, 또 다른 게임 프로그램 등 알차게 구성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동부케어에는 노인 주간보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공간 외에 요양보호사 취업, 간호 방문 예약 등을 상담하는 실무 공간이 있다. 실무 공간에서는 한창 요양보호사 취업 관련 상담이 진행되고 있었다. 같은 건물 2층에는 요양보호사 교육 열기로 뜨거웠다.

옆 건물에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는 팀이 한창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요양보호사는 해당 앱을 통해 담당하는 이용자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정보기술(IT)팀은 서울 강남구에서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더팩트>는 이날 한강 이남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돌봄 사회적기업 동부케어를 찾았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서비스 기관으로 설치된 동부케어는 2011년 법인으로 설립돼 경기도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이듬해 노인장기요양기관 평가 최우수에 선정됐고, 2013년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사회적기업 설립 밑바탕 '노조' 활동..."초고령 사회 심각성 느껴"

동부케어를 설립한 진락천 대표는 철도 기관사 출신이다. 포항제철공고를 졸업하고, 1986년 시험에 합격해 기관사 업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밤낮없는 생활과 높은 노동강도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후 1989년 진 대표는 건강보험공단 공채 1기로 입사해 18년간 공단 근무를 했다. 특히 진 대표는 근무 중 8년간은 노동조합 정책 책임자를 맡아 업무를 보았는데, 이때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진 대표는 "노동조합 정책에 관여하며 수많은 사회단체와 시민사회활동가을 만나고 관계 부처와 청와대(현 대통령실) 수석실 보좌관 등 정치권 등과도 인연을 쌓았다"며 "특히 민주노총이 사회보험 분야를 담당한 노동조합인 만큼 여러 사회 주체와 협업해 시민 활동을 같이하면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한민국의 초고령사회 진입과 저출산 문제 등 인구구조 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관련해서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을 구상했다.

진락천 동부케어 대표가 5월 28일 경기 화성시 동부케어 사무실에서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동부케어 설립과 발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내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과 같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65명으로, 2041년에는 인구가 5000만명 이하로 붕괴될 것으로 예상된다.

진 대표는 "당장 산업화의 선봉이었던 75세 이상 후기고령자들을 돌볼 인원이 시급하고, 60세 이상 베이비붐 세대들에 대한 일자리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75세 이상을 돌볼 사람은 없는데 60세 이상을 채용하는 제조업, 서비스업 등의 일자리도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결국 아직 일을 할 수 있는 60세 이상 고령자가 부모 세대인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를 당장 돌보아야 한다는 진단이다.

그는 "60세 이상이 지속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요양보호사 관련 일자리를 만들면서 후기고령자를 돌보는 사업을 구상했다"면서 "60세 이상도 일을 하니까 수입이 생겨 소비가 일어나고, 다시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경제 활성화 등의 효과도 나타난다. 기존 요양보호 시장은 영세한 소규모 업체들이 주도했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는 플랫폼을 마련해 종합 서비스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구상을 했다"고 설명했다.

5월 28일 경기 화성시 동부케어 사무실에 사회서비스 표준모델 매뉴얼이 놓여 있다. /장윤석 기자

2008년 7월 진 대표는 노인장기요양서비스 기관을 경기도 화성과 오산·평택·용인 등에 설치하면서 동부케어의 본격 출발을 알렸다. 2011년 3월 주식회사 동부케어의 법인을 설립하고, 같은 해 11월 경기도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사회적기업 인증 후에는 동부케어에 대한 기관과 기업의 호평이 이어졌다.

노인장기요양기관 평가 최우수 선정은 2011년, 2014년, 2017년, 2019년 이루었으며, 2015년에는 경기도 일자리우수기업·여성고용 우수기업으로도 선정됐다. 2016년 경기도 착한기업상을 수상했고, 2017년 산모 신생아 사업 복지부 품질 평가 최우수 등급을 취득했다. 또 2017년 경기도 일자리우수기업으로 재선정되기도 했다.

민간기업 부문에서는 SK그룹에서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2016년 동부케어는 SK 사회성과인센티브 1차 어워드를 수상했다. 사회성과인센티브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도하에 전국 사회적기업 2600여곳 중 34곳을 선별해 사회 역할을 화폐가치로 환산해 평가한 뒤 인센티브를 주는 상이다. 진 대표는 당시 동부케어의 성장이 본격화했다고 평가했다.

동부케어는 시작할 당시 요양보호사 4명으로 시작했지만, SK와 같은 대기업의 투자를 받으며 670명 가까이 인력을 늘릴 수 있었다. 진 대표는 "SK그룹으로부터 6년간 20억원 가까운 비용을 투자받았다"며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게 되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런 투자를 유치해 고용을 늘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5월 28일 경기 화성시 동부케어 교육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과정 수업을 받고 있다. /장윤석 기자

◆부모님과 같은 마음 '동부'..."이제는 '민간 투자' 집중할 때"

동부케어는 노인 돌봄 중심에서 육아와 가사를 비롯한 가정 전반의 돌봄 서비스 제공 업체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진 대표는 "사명 동부케어의 '동부(同父)'는 '부모님 같은 마음'을 뜻하는데, 부모님이 가정을 돌보고 보살피는 것처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담았다"면서 "노인돌봄 서비스만 하다가 가정 속에서 필요한 출산부터 노후까지 다양한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업을 확장했다"고 말했다.

동부케어는 기존에 제공하는 노인장기요양 돌봄 서비스와 더불어 가사 서비스, 산모·신생아 돌봄 서비스, 아이 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특히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올해 안으로 경기 이남 7개 도시(안산·수원·용인·화성·오산·평택·안성) 146개 돌봄 서비스센터를 하나로 묶고, 이를 중앙에서 배분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전문화 단계에 접어든 동부케어는 이제 고도화 단계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동부케어는 우선 '동반 성장'이라는 기조 아래 '가맹사업'으로 전환했다. 사회복지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영세 소규모 기관과 함께 초고령사회에 함께 도약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진 대표는 "초고령사회에서 소득이 있는 베이비붐 세대에게 새로운 소득 창출을 이뤄낼 수 있다고 본다"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재무적 성과를 동시에 창출하는 모델로 가기 위해서는 동반 성장으로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진락천 동부케어 대표가 5월 28일 경기 화성시 동부케어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동부케어는 정부 정책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은 언젠가 상환해야 하는 '부채'가 돼 남는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SK처럼 민간 투자를 끌어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여긴다. 민간 투자를 끌어오기 위해선 사회적기업 '생태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진 대표는 "(관련 법이 시행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제는 정부의 사회적기업 직접 지원이 없어졌다"며 "신생 업체가 생기기는 어렵고, 기존 업체도 자생력을 키워야 하는 시기다. 이제 민간 투자를 받는 방법뿐"이라고 강조했다.

동부케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자금을 받을 기회가 많아졌다는 점을 주목한다. 진 대표는 "업체들이 조합을 결성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프레젠테이션(PPT) 발표 등으로 민간 투자를 받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동부케어의 요양보호사들이 사용하는 통합 애플리케이션 화면. /동부케어

동부케어는 대외적인 협력뿐만 아니라 내부 서비스 질 향상에도 공을 들이며 고도화 단계를 꿈꾼다. 세부적으로는 가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서비스를 취급하는 '통합돌봄'이다. 통합돌봄에는 산모·신생아, 가사, 일상, 노인, 장애인뿐만 아니라 여가와 헬스도 포함됐다.

진 대표는 "현재 이직률이 높은 원인은 업무량을 만족하지 않은 것"이라며 "일의 양을 늘리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방안이 통합돌봄이라고 본다. 현재 노인 장기 요양 서비스를 가장 많이 취급하지만 40% 이하로 줄이고, 노인 아닌 세대를 30%로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진 대표는 통합돌봄을 이룩할 방안도 제시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다는 게 진 대표의 구상이다. 그는 "데이터를 수집해 이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고안했다"며 "클릭만 하면 '맞춤'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 대표는 동부케어에 남성 보호사 비율, 청년 비율이 높아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할아버지도 할아버지에게 케어를 받고 싶어 한다. 청년들도 현재 사회적기업을 해보려는 사람이 없다"며 "초고령사회에 공동체를 살리는 방안은 '사회적기업'의 활성화"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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