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②] 포스코 이차전지소재 사업장 가보니…"모래가 리튬으로 변신"


율촌산업단지 내 소재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풀밸류체인' 구축
유상증자·정책자금 활용해 투자 확대 계획

포스코퓨처엠 광양양극재1공장에서 생산된 양극재 모습. /포스코그룹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움직이는 모든 것에 배터리가 들어간다."

모든 사물이 배터리로 연결되는 세상인 BoT(Battery of Things)가 실현된 세상을 표현한 말이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 문제 등으로 이동 수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추세다. 현재는 잠시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나타나고 있지만, 향후 전기차가 급속히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포스코그룹은 현재 전기차 캐즘이 내실을 다질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한다. 경쟁사들이 캐즘을 핑계로 투자를 외면할 때, 오히려 투자를 늘려 이차전지소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차전지소재인 양극재와 리튬 생산을 확대하고, 사용이 끝난 배터리를 다시 재활용해 소재를 뽑아내는 소재 전반의 '풀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더팩트>는 지난 24일과 25일 양일간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 율촌산업단지 내의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포스코HY클린메탈의 사업장을 둘러보고, 포스코그룹의 친환경 기술을 직접 확인해 봤다.

포스코퓨처엠의 광양양극재1공장에서 작업자가 양극재 소성 공정을 소개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양극재·리튬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이차전지소재 사업장 중 처음 방문한 곳은 포스코퓨처엠의 광양양극재1공장이었다. 양극재는 배터리의 +극을 이루는 소재로, 리튬·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등을 원료로 만들어진다. 특히 양극재의 성능이 좋을수록 배터리의 용량과 출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차전지에서 핵심 소재로 평가받는다.

광양 양극재공장에서는 NCM(니켈·코발트·망간) NCMA(NCM에 알루미늄 추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하이니켈 단결정 양극재'의 상업 생산을 성공했다.

단결정 구조는 4마이크로미터 수준의 매우 작은 결정으로 구성돼, 에너지밀도와 안정성이 높아 배터리 성능과 수명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일반적인 이차전지의 수명이 10년인데, 단결정 배터리는 15년 이상의 수명을 가진다.

공장 내부를 견학하기 전부터 머리와 발에 덮개를 착용해야 했다. 공장 입구에서는 반도체 공정에서나 볼법한 '에어샤워'를 통과해야 내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안쪽에서는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내부 온도는 35도 수준이었다. 양극재를 만려면 배터리 전구체(화학반응 이전 양극재가 되기 전 단계의 물질)에 원료를 섞고, 원하는 형태로 성형하는 '소성' 공정을 거치게 된다. 이차전지 부문에서의 소성 과정은 미리 만들어진 전구체에 리튬을 전구체 격자 사이에 넣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때 열을 가하는데, 그 열기가 공장 내부까지 퍼지는 것이었다.

소성 공정을 거친 다음에는 반응하지 않는 리튬을 제거하는 '수세' 공정을 거치고, 이후에는 외부에 힘이 발생할 때 부풀어짐을 방지하도록 소재를 '코팅'하는 공정을 거치게 된다. 모든 공정을 마친 양극재는 엄격한 검수 과정을 거쳤다. 100만개 중 단 1개라도 불량이 나면 불량 판정을 받았다.

공장 내부는 전반적으로 자동화가 이루어져 있었다. 양극재를 운반하는 사가(그릇)는 2개월에 한 번씩 교체하는데, 총 2000여개의 사가를 로봇이 자동으로 교체 시기에 맞춰 교체하고 있었다. 각종 소재와 물류는 무인 운반 차량(AGV)이 자동으로 움직이며 운송했으며, 창고에는 물품마다 바코드가 부여돼 스캔한 뒤 어디에 어떤 물품이 적재되고 이동해야 하는지 자동으로 분류가 됐다. 실제 공장 내부에 사람은 관리자 1~2명 정도만 상주해 있었다.

포스코HY클린메탈 리사이클링 공장 내부의 모습. 염전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것과 비슷한 침전 방식으로 유가금속을 추출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이후 방문한 곳은 사용 후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포스코HY클린메탈을 방문했다. 포스코HY클린메탈은 포스코홀딩스와 GS에너지가 합작한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와 중국 '화유코발트'가 공동투자한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전문 회사로, 지난해 7월 전남 율촌산업단지에 리사이클링 공장을 준공했다

여기서는 양극재나 전구체를 만들 때 불량 판정을 받은 원료와 더불어 사용 후 배터리를 분쇄해 중간 원료인 '블랙매스'를 활용해 유가금속을 추출하는 과정을 진행한다.

원료창고를 먼저 확인했다. 1300톤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에는 거대한 포대자루에 담긴 검정색의 블랙매스가 쌓여 있었다. 블랙매스 내에는 유가금속이 40~45%가량 포함돼 있으며, 최근 시황 기준으로 톤당 500만~1000만원 사이에서 가격이 형성된다.

블랙매스에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구리 등의 금속이 포함돼 있으며, 침출 과정을 거쳐 구리-망간-코발트-니켈-황산나트륨-리튬 순으로 추출하는 과정을 거친다. 블랙 매스를 황산염에 담근 뒤, 마치 염전처럼 건조해 침출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분쇄한 뒤 결정화 과정을 거치면 여러 가지 소재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HY클린메탈에는 '산소가압침출설비'를 갖추었다. 이 과정은 블랙매스에 고온·고압을 가해서 마치 압력밥솥에서 쪄내듯 침출을 한 번 더 할 수 있다.

포스코HY클린메탈의 리사이클링 공장은 연간 블랙매스 1만2000톤을 처리할 수 있고 니켈 2700톤, 코발트 800톤, 탄산리튬 2500톤 등을 생산할 수 있다. 경쟁사들과의 차별성은 분리해 낼 수 있는 유가금속의 개수가 많다는데 있다. 타사의 경우 리사이클링 과정에서 리튬만 분리해 낼 수 있지만, HY그린메탈은 코발트와 니켈도 회수할 수 있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광석 창고의 모습. 모래 형태로 갈아 저장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이차전지 '전 생애주기' 책임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리튬 생산 설비였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2021년 포스코홀딩스와 호주 광산개발 회사인 '필바라미네랄스'가 각각 82:18 지분율로 합작해 만든 회사다.

이 회사는 호주 광석리튬 기반으로 이차전지소재용 수산화리튬 생산 체제 구축을 목표로, 2023년 11월 전남 율촌산업단지에 2만1500톤 규모의 제1공장을 준공했다. 같은 규모의 제2공장은 올해 안에 준공할 예정이다. 규모는 전기차 약 100만대를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 공장에서는 국내 최초로 광석원료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자체 기술을 개발·적용한다. 이를 통해 기존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수산화리튬 생산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원료 확보(호주)부터 가공(한국)까지 전 생산과정이 미국과 FTA체결국 내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까지 기대할 수 있다.

우선 탄산리튬의 원료인 광석 보관 창고로 갔다. 거대한 돌덩이가 보관돼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고운 모래가 켜켜이 쌓여있는 모습이었다.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의 원료는 광석과 고농축 염수인데, 광석은 리튬 함량이 2.5%, 염수는 리터당 0.8~1.5g 수준이다. 이날 본 원료는 광석이며, 곱게 간 다음 열을 가해 녹이는 공정을 거쳤다.

모래 형태의 광석은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고층으로 올라간 뒤, 회전하고 있는 거대한 파이프 안으로 들어갔다. 파이프에서는 1000도의 고열을 가하고, 황산 등 환원를 넣어 리튬이 녹아 나오도록 유도한다. 이후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을 거친 뒤, 황산리튬을 생성하게 된다.

이후 차가운 물이 통과하는 관을 거치며 열을 식히면, 황산리튬과 함께 알루미늄, 모래가 분류된다. 모래는 창고로 보낸 뒤 시멘트회사 등으로 옮겨 재활용하게 된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광양공장에서 완성된 리튬 소재가 포장돼 창고로 이동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포스코그룹은 양극재 생산과 리튬 생산, 재활용까지 한 번에 가능한 세 회사의 공장을 도보로 이동 가능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설치했다.

이를 통해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에서 생산한 수산화리튬을 포스코퓨처엠에 공급하고, 포스코퓨처엠이 제작한 양극재는 배터리사를 거쳐 자동차사로 공급되도록 할 수 있다. 이후 배터리의 수명이 다하거나 배터리 제작 과정에서 공정스크랩이 발생하면 원료 금속을 회수해 또다시 양극재를 만드는 데 활용하도록 할 수 있다.

방진철 포스코홀딩스 이차전지소재총괄 상무보는 "포스코홀딩스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으로는 철강경쟁력 재건과 이차전지소재 본원 경쟁력 쟁취"라며 "광물과 원료는 포스코홀딩스, 중간 소재는 포스코퓨처엠을 비롯한 계열사들이 담당하고, 재활용까지 할 수 있는 '풀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 상무보는 "이차전지소재 부문의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유상증자와 차입을 고려 중이고 추가로 정부가 지난 5월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위한 9조7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 지원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러한 정책 금융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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