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줄강등' 우려에···증권사, 후순위채 발행 '러시'


미래에셋 3700억원·신한투자 4600억원 발행

최근 들어 증권사들이 후순위채 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로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되면서 증권업계가 후순위채 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본건전성 지표를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일 6년 만기 후순위채 3700억원치를 발행했다. 올해 5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만기가 돌아오면서다. 금리는 연 5.1%로 책정했으며, 'AA-, 안정적' 등급을 부여 받았다.

신한투자증권도 지난 14일 7년 만기 후순위채 1600억원치를 발행했다. 금리는 연 5.1%로 책정했으며, 'AA-'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 31일에도 3000억원 규모로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올해 6월과 10월에 2018년에 발행한 후순위채의 만기가 도래하면서다. 신한투자증권이 후순위채 조달에 나선 건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증권사들이 이와 같이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국내외 신용평가사가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증권사들의 신용등급을 내리면서 증권사들이 신용등급 하향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3개 신용평가사는 하나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중소형사 중에서는 다올투자증권을 '부정적'으로 하향했으며, 한신평도 SK증권의 신용등급을 'A,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강등했다.

앞서 해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 3월 국내 증권업계를 대표하는 빅2 증권사(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내렸다.

최근 증권사들이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순자본비율(NCR)을 높이고 있다. /더팩트 DB

이에 업계에선 증권사들이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본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후순위채는 회계상으로는 부채지만 만기가 5년 이상인 경우 보완자본으로 인정된다. 이에 따라 증권사는 후순위채를 NCR이나 조정 NCR을 높이는 수단으로 주로 활용하고 있다.

NCR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값으로 NCR이 높을수록 자본건전성이 양호하고 손실흡수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의 NCR은 이번 후순위채 발행으로 올해 1분기 2147.4%에서 2423.1%로 275.7포인트 상승하게 됐다. 신한투자증권의 NCR도 올해 1분기 847.36%에서 1188.29%로 340.93%포인트 올랐다.

업계는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구조조정으로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줄강등'이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부실 사업장 정리로 증권사들이 추가 충당금 적립에 나설 경우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신용도 재검토가 이뤄질 수 있어서다.

증권가에선 부동산 PF의 영향으로 건전성 지표가 악화돼 신용등급이 떨어질 증권사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건전성 지표가 추가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PF 관련 충당금 적립이 부진했던 증권사 위주로 대손비용 부담이 확대되면서 이를 감내할 수 없다면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raj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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