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교체에 합병설까지…SK그룹, '리밸런싱 추진' 어떻게 달라질까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설…"다양한 전략 방안 검토 중"
리더십·회사 구조, 효율성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변화 예상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등 SK그룹 리밸런싱 작업과 관련한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SK그룹이 어떻게 달라질까.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재조정)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인사 이동이 이뤄진 데 이어 회사 합병 등 다양한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에너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합병을 통해 알짜 회사인 SK E&S의 자금을 SK이노베이션에 투입,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성장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하면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까지 아우르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자산 총액은 106조원에 달한다.

이러한 합병설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현재 SK그룹이 대대적으로 조직 리밸런싱 작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SK그룹 CEO들은 지난 4월 회의를 열고 그간 주주, 구성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공감, 각사 경영 여건에 맞게 최대한 밸류체인 최적화에 나서는 등 변화 대응 속도를 높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리밸런싱 추진을 공식화한 이후 리더십에 변화가 나타나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SK온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그룹 수석부회장과 SK E&S 수석부회장을 계속 겸임하며, 에너지·그린 사업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는다. 이번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설이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SK이노베이션 합류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리밸런싱의 핵심인 SK온에서도 변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유정준 SK미주대외협력총괄이 신임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최근에는 SK온의 최고사업책임자인 성민석 부사장이 보직 해임됐다. 지난해 5818억원에 이어 올해 1분기 3315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오랜 기간 흑자 전환에 실패하자 분위기 쇄신을 위해 조직 개편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려 219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보유한 SK그룹은 현재 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정리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팩트 DB

SK이노베이션은 일단 SK E&S와의 합병설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냈다. 회사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향후 관련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안에 재공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회사 합병 소식이 전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의견이 나온다. 신성장 동력인 배터리 사업을 살려내겠다는 기조 아래, 재무 구조 개선의 방안 중 SK이노베이션·SK E&S 외에도 여러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와 SK온을 합병한 뒤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방안, 2차전지 분리막 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현재 SK의 계열사는 219곳으로,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최근 열린 경영진 회의에서는 '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정리하자'는 공감대가 형성,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법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변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힌트는 최태원 회장의 발언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린·바이오 사업은 포트폴리오 최적화, 인공지능(AI)과 첨단 반도체 분야는 공격적 행보가 예상된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3일 열린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그린·바이오 등 사업은 '양적 성장'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겠다"며 "또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 확장을 통해 'AI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밸런싱의 구체적인 윤곽은 오는 28~29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리는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의에는 최태원 회장뿐만 아니라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등 SK그룹 주요 경영진이 총출동한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전략회의에서는 리밸런싱 방향성과 함께 SK 경영 철학인 SKMS 정신 회복 등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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