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순위 2계단 내린 LG그룹주, 주가 상승 언제쯤


'대장주' LG엔솔 업황 회복 관건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그룹 내 상장사 11개사의 합산 시총은 현대차그룹의 상장사 12개사의 합산 시총보다 7조원가량 낮은 153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올해 그룹 시가총액(시총) 2위로 출발했던 LG그룹이 SK그룹에 이어 현대차그룹에도 밀리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각 그룹 '대장주' 라인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2차전지 업황 부진에 약세를 거듭한 사이, 인공지능(AI) 랠리 최선호주로 꼽힌 SK하이닉스와 인도 현지 기업공개(IPO) 추진에 호재를 맞은 현대차는 강세를 기록한 결과다.

개별 시총 순위가 높은 LG에너지솔루션(3위)과 LG화학(13위), 지주사 LG(30위)를 비롯해 올해 대대적인 주주 환원책을 꺼내 든 LG전자(19위) 등 계열사들이 주가를 제고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나, 그룹 시총 순위에서 2계단이나 밀리면서 주가 부양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시각도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17일 그룹 내 상장사 12개사의 시총 합산에서 158조1700억원을 기록하면서 155조8300억원에 그친 LG그룹 내 상장사 11개사의 시총 합산을 제치고 역대 처음으로 그룹 시총 순위 3위에 올랐다.

코스피(2797.33)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19일 장에서는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현대차그룹 상장사들은 19일 1.01% 오르면서 160조원을 돌파했고, 같은 날 LG그룹도 0.43% 올랐으나 18일 감소 여파로 153조원대에 그쳤다. 국내 그룹 시총 1위는 660조원대의 삼성그룹이며 SK그룹이 245조원대로 2위를 기록 중이다.

LG그룹주의 하락은 올해 삼성그룹에 이어 2위로 출발한 지 반년 만의 일로 충격을 더한다. 더군다나 3위 자리마저 내준 현대차그룹과 시총 차이는 지난해 말 기준 50조원이 넘었기 때문에 순위 바뀜을 겪은 LG그룹주 주주들의 원성도 커지는 모양새다.

대표 종목들의 주가 추이를 보면 두 그룹의 희비가 두드러진다. 전날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종가 대비 22%가량 하락했으나, 현대차는 39%가 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올해 초만 해도 시총 100조원을 기록했으나 19일 종가 기준 시총은 80조2620억원에 그쳤다. 반면 현대차는 올해 초 42조원대였으나 이날 59조9977억원에 장을 마감하면서 60조원대를 바라보게 됐다.

현대차는 최근 호재가 이어지면서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19일장에서도 장중 최고 28만650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더팩트 DB

증권가에서는 단기적 호재 유무와 업황에서 두 그룹의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초 현대차와 LG그룹 모두 정부가 주도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로 분류되면서 상승세를 탔으나, LG에너지솔루션의 2차전지 밸류체인과 LG화학의 석유화학사업 업황 등이 올해 부진하면서 상승 동력을 얻지 못했다.

또한 현대차는 최근 인도법인이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현지 IPO에 나서는 등 단기적 호재가 꾸준히 발생한 것도 이번 순위 바뀜이 더욱 도드라지는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19일 장에서도 1.24%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인도법인 IPO를 통해 30억달러 이상을 조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개선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에프엔가이드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매출 6조7501억원, 영업이익 2859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06%, 37.92% 내린 수치이며 업황 부진이 원인으로 꼽힌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순수 전기차의 판매량 증가율 둔화에 따른 리튬·코발트 가격 하락과 올해 제너럴모터스(GM)의 판매량 목표 조정 발표는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의 셀·양극재 판가 및 판매량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에 따른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둔화를 반영해 LG화학의 올해와 내년 주당순이익(EPS)을 각각 26%, 7% 하향 조정하면서 목표주가를 57만5000원에서 53만원으로 내렸다"고 분석했다.

다만 LG그룹 내 주주 환원 기조는 유지되면서 향후 반전 카드로 작용할지 관심을 더한다. 지난 3월 ESG위원회를 통해 주주 환원 확대를 발표한 LG전자는 전날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반기 배당(주당 500원)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배당 기준일은 이달 30일, 배당 총액은 900억원이며 반기 배당은 창사 이래 최초의 일이다. LG전자는 이 여파로 19일 6.09% 오른 10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밸류업 기대감과 호실적, 인도 IPO 등 꾸준히 상승 모멘텀을 이어가고 있어 LG그룹이 밀린 시총 순위를 빠르게 탈환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LG전자나 LG생활건강 등 2차전지 사업 외 계열사들의 실적이 2분기부터 개선될 전망이 나오고 첨단소재 등 올 초부터 업황을 회복하는 분야에서 성과를 낸다면 향후 LG에너지솔루션이 반등할 때 주주환원 기조와 더불어 주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