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산업은행이 매각 작업에 난항을 겪었던 KDB생명의 자본확충을 위해 2990억원의 자금을 다시 수혈한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아픈 손가락'이라고 직접 언급했던 만큼 산은이 이번 출자로 KDB생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재매각에 나설지 업계 관심이 모인다. 다만, KDB생명의 건전성과 기업가치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이 매각의 걸림돌로 꼽힌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산업은행은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KDB PEF)에 2990억원을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산은은 추후 펀드 비용 충당 등을 목적으로 최대 80억원을 추가로 출자할 수 있다.
KCV는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당시 KDB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공동으로 설립한 사모펀드(PEF)다. 산업은행은 이 PEF의 지분 70%를 보유 중이며, 칸서스자산운용은 2.2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KDB PEF에 출자한 자금을 통해 KDB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KDB생명은 지난 4월 31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산업은행이 이번에 출자하는 자금 2990억원 중 990억원은 채무상환자금으로, 216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증자까지 포함해 산은이 KDB생명에 투입한 금액은 1조5000억원가량이다.
업계에선 산업은행이 이번 출자로 KDB생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재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KDB생명을 인수한 후 2014년부터 매각을 추진해 왔으나 여섯 차례나 실패했다.
앞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KDB생명은 아픈 손가락 중 정말 아픈 손가락"이라며 "매각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원매자가 없었다. KDB생명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가 내년 2월에 만기가 되는 만큼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KDB생명의 건전성과 기업가치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은 매각의 걸림돌로 꼽힌다. 지난해 말 KDB생명의 신지급여력비율(K-ICS) 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후 기준 117.5%로 직전 분기(134.1%) 대비 하락했다. 보험업법상 기준인 100%는 충족했지만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에 미달했다. 생명보험회사 평균(232.8%)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시에 따르면 KDB생명의 기업 가치는 3000억원을 못 넘는 수준이다. KDB생명의 내재가치는 2504억원 적자, 신계약가치는 4610억원을 기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로운 보험회계제도(IFRS17) 시행 이후 보험사들이 돈이 많이 모자랄 것이다. 지난해 수익을 늘렸다고 해도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자본이 많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KDB생명 외에도 보험사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 희망기업은 당연히 재무 구조가 튼튼하고 좋은 회사를 사려고 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에 재무건전성 개선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KDB생명의 매각 실패 주요 원인이었던 자본건전성 개선에 성공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보험업계에선 3월 말 기준 KDB생명의 킥스 비율이 최소 130%를 웃돌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산업은행의 자본 확충 효과로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충분히 넘어설 것이란 설명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자금수혈을 통해 KDB생명 가치제고를 위해 힘쓸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 및 사업 재점검 등 여러 가지 카드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자회사 편입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KDB생명의 자회사 편입, 재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