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22대 국회에서 보험료 카드납부에 대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관련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야당이 소비자 편익 증가라는 민생법안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지만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보험업계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험사들은 카드사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 부담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8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20대, 21대 국회에 이어 이번 국회에서도 보험료 카드납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관련 논의가 재점화하고 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보험료 카드납부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은 개정안에 △보험회사는 보험료를 현금 또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제2조에 따른 신용카드, 직불카드, 선불카드에 의한 결제로 납부받을 수 있다 △보험회사는 신용카드, 직불카드, 선불카드에 의한 보험료 결제를 이유로 보험계약자를 불리하게 대우해서는 안 된다 등의 두 조항을 신설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 조항도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보험료 카드납 의무화'를 민생법안으로 정하고 22대 국회 회기 내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보험료 카드 납부 법안은 20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모두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보험업계는 보험료 카드 수납을 주저하는 이유로 수수료 문제를 꼽는다. 카드사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가 2% 초반대로 책정된 가운데 보험업계는 1%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카드업계는 대형 가맹점에 속하는 보험사에만 다른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료 카드납부 필요성에 공감해 2018년부터 보험사에 보험료 카드납부 현황 공시를 의무화하도록 했지만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생보사의 카드납 지수는 3.8%다. 이는 지난해 4분기(4.1%) 대비 0.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손해보험사의 카드 결제 납부 비중은 30%가량으로 생보사에 비해 7배 이상 높다. 다만 손보사의 경우 대부분의 신용카드 납부가 자동차보험에서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보험 내 신용카드 결제 비중은 77.8%에 달했다.
특히 보험료 규모가 큰 생보사들은 장기상품과 저축성상품의 비중이 높아 카드납 수수료의 부담이 더욱 크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 상품인 저축성보험의 경우 납입방식이 시중은행의 예·적금 상품과 유사해 신용카드를 통한 납부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재 빅3 생보사 중에선 삼성생명을 제외한 한화생명, 교보생명 모두 보험료 카드납에 제한을 두고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에도 보험료 카드 결제시 계열사 상품인 삼성카드만 허용하도록 했다.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료의 카드납 문제는 단순히 보험사가 소비자의 카드납 선택권을 제한한 문제로만 봐서는 안된다"며 "보험상품은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금융상품으로 보험료 납입이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간 보험료 납부에 따라 매월 카드납을 허용할 경우 카드사에 가맹점 수수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는 반드시 사업비가 추가로 발생되며, 해당 부분의 사업비는 보험료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카드납은 수수료만큼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되며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수 밖에 없다. 또한 카드납의 경우 고객의 카드대금 미납 시 계약의 해지 등의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