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당정의 공매도 개선안이 발표된 가운데 '개미(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13일 국민의힘과 정부(당정)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공매도 제도개선' 민당정협의회를 열고 공매도 제도 개선안을 공개했다. 불법 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한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내년 3월까지 구축하고, 기관 투자자들의 공매도로 불리는 대차거래(대여 차입 거래) 대주의 상환기간 연장을 기존 무제한에서 최장 12개월(4회)로 제한하는 게 주된 골자다.
당정은 불법 공매도 관련 처벌도 강화했다. 불법 공매도 관련 벌금이 부당 이득액의 3~5배 수준에서 4~6배로 상향되고, 50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하게 해서다. 대주 서비스의 담보 비율도 대차 수준인 현금 기준 105%로 통일한다.
이에 지난해 금융당국이 공매도 제도 개선을 위해 한시적으로 중단한 공매도 행위는 전산 시스템 구축이 완료될 내년 3월까지 중단될 예정이다. 당정은 연내 법 개정을 목표로 국회와 협의할 예정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정은 내년 3월 말까지 철저한 공매도 전산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며, 제도 개선을 위한 법 개정도 연내 처리되도록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당은 전산시스템이 완비될 때까지 현재의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무차입 공매도 적발을 위한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을 2025년 3월까지 차질 없이 구축하도록 하겠다"며 "유관 기관과 함께 제도개선 방안이 시장에 조속히 안착하고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돼서 불법 공매도가 근절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정의 공매도 개선안 발표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다소 대조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숙원이던 투명한 공매도 행위를 위해 전산화를 통한 불법 공매도 전산 차단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 등은 반길 일이나, 기관에만 유리하다는 지적을 받은 대차거래 상환기간 연장 제한이 여전히 너무 길다는 지적에서다.
먼저 공매도 개선안을 반기는 투자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종목 토론방 등을 통해 "공매도 없는 2024년은 푸근하다", "공매도 제도 개선은 기본이고 금투세 폐지도 이어가야 한다", "불법 공매도 처벌 수위가 드디어 강화됐구나", "왜 인제야 하나, 진작 했어야 했다" 등의 반응을 보내고 있다.
반면 공매도 개선안을 지적하는 투자자들은 기관의 공매도에 초점을 맞춘 모양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조치에도 빌린 주식을 기반으로 한 차입 공매도는 일부 허용되고 있다. 개인은 대주, 기관은 대차 거래를 통해 주식을 빌려 공매도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기관 투자자들의 공매도를 막지 못하면 공매도 제도가 개선되는 게 아니라는 다소 강경한 반응도 나온다.
이들은 "공매도로 피해 보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인데 기관만 상환 연장해 주면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 아닌가", "기존 기관 공매도 물량도 12개월 넘은 것은 강제 상환시켜야 한다", "미국은 상환기간이 30일인데 우리는 왜 90일이냐", "개인도 12개월로 연장해 줄 거 아니면 기관도 해주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닌가" 등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강화된 처벌과 관련해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 투자자는 불법 공매도 처벌 수위를 예로 들며 "이득액이 아니라 거래액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 부당이득 산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관점에 따라 모호하다.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하는 기계적 벌금 적용이 예방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