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대 오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눈독 들이는 기업은


홈플러스, 10여 개 기업과 매각 논의…내달 예비 입찰
SSM, 이커머스, 온라인 플랫폼 등 인수 의사 '오리무중'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가 기업형 슈퍼마켓 사업 부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인수전에 뛰어들 기업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봉천점 /우지수 기자

[더팩트|우지수 기자] 홈플러스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매각 절차에 들어서면서 인수전 행방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수도권 지역 매장 비율이 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국내 도시 중심 유통·물류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서다. 국내 유통 기업, 중국발 이커머스 등 다양한 업계 매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SSM 생태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을 추진하고 다음 달 중 예비 입찰을 예고했다. 이들은 국내외 유통·이커머스·온라인 플랫폼 등 10여 곳에 투자설명서를 배포하는 등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국내 SSM 업계 3위 규모인 약 31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수도권 점포는 75%(235개) 수준으로 경쟁 업체들의 50% 수준보다 높은 비율이다. 이에 더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경기도에서 자체 냉장 물류센터를 2개(경기도 용인, 오산) 운영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물류 인프라를 넓히려고 하는 유통 기업이라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해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퀵커머스 경험을 쌓고 있다는 점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홈플러스는 자사 '온라인 즉시배송'의 약 80% 물량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점포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2023년 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 홈플러스 온라인 즉시배송 사업 매출액은 전년(2022년 회계연도) 대비 50% 이상 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인수한 홈플러스의 알짜 사업 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부터 매각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2023년 회계연도 연결 영업손실 1994억원을 기록하면서 3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번 매각 자금으로 전사 재무구조 개선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2023년 회계연도 매출액이 1조20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000억원 대로 추산된다. 이 사업 부문의 EBITDA 마진율은 8%로, SSM 업계 평균 5%보다 높다.

SSM은 올해 1분기 오프라인 유통 사업 부문 중 매출액 성장세가 가장 높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SSM 주요 업체(GS더프레시, 롯데슈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이마트에브리데이)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보다 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편의점 6% △백화점 5.5% △대형마트 4%보다 높은 성장률이다.

이와 관련, 홈플러스 측은 "다수 유통 업체들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 부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매각 자금으로 홈플러스의 재무구조를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봉천점을 방문한 소비자들이 쇼핑하고 있다. /우지수 기자

◆ SSM 업계 '부담', 이커머스 업계 인수 가능성 제기

하지만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를 원하는 다수 기업과 접촉하고 있다는 홈플러스 측 설명과는 달리 매입 의사를 드러낸 회사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기존 SSM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매입에 대해 구체적 방안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GS리테일, 롯데쇼핑, 이마트 중 한 기업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면 단번에 점포 수 기준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되지만 필요 자금이 커 섣불리 인수전에 뛰어들기에는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특히 SSM 시장을 4개 기업이 분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기업이 다수 매장을 확보하게 되면 독과점 규제 등 제약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도 인수전 참가를 고민하는 이유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통 기업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점포 효율화에 집중하는 추세다. 이마트에브리데이, 롯데슈퍼 등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규모를 갑자기 키울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동종 업계보다는 이커머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온라인 즉시 배송'으로 쌓은 온·오프라인 연결 능력으로 오프라인 물류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업체 중에서도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온라인 플랫폼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배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3년 동안 총 1조5000억원을 국내에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이 회사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한다면 물류 인프라 구축에 들이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약하면서 지역 배송 거점을 확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커머스 업체가 본업과 물류를 연계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아직 국내 물류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 경우 배송할 물류를 처리하는 거점으로 전국 SSM 매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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