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은행들이 잇달아 비대면 환전에 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해외여행족'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확산한 비대면 무료 환전 서비스가 환투기를 비롯한 비정상적인 거래 등에 사용될 우려가 커지면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0일부터 쏠편한환전, 모바일금고, 인터넷환전, ATM환전 등 비대면 환전에 합산 기준 월간 3만 달러(약 4000만원)의 한도를 적용했다. 월간 한도는 매월 1일 초기화된다.
하나은행도 비대면 서비스 '환전지갑'에 월간 및 연간 한도를 이달 중으로 새롭게 실시할 예정이다. 하나원큐 및 인터넷뱅킹 합산 기준 월간 3만 달러, 연간 10만 달러까지만 환전이 가능하다.
앞서 국민은행도 지난달 20일부터 비대면 환전서비스에 월간 3만 달러 한도를 적용했으며, 우리은행도 지난달부터 '환전주머니'에 월간 3만 달러, 연간 10만 달러 한도를 신설했다.
4대 시중은행 모두 비대면 환전에 한도를 설정하며 제한을 걸고 있는 것이다.
앞서 은행권은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환전 수수료 무료 혜택을 내세우며 고객 유치에 힘써왔다.
KB국민은행은 국민카드와 협업해 여행 특화 직불카드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 출시를 통해 올해 말까지 환율 우대 100%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지난 2월 100% 환율 우대와 결제 및 인출 수수료 면제 등을 담은 '쏠(SOL) 트래블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하나은행은 '트래블로그'를 통해 환전과 ATM 수수료 면제 등 혜택 등을 내세워 해외여행객들을 끌어모았으며, 토스뱅크도 지난 1월 18일 30종 통화 환전과 재환전 수수료 100% 면제를 내세운 외화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렇듯 무료 환전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던 은행권이 비대면 환전 한도를 제한하고 나선 것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환투기 등 비정상적인 거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올해 초 1300원으로 시작해 지난 4월 16일 1400원을 돌파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이후 외환당국의 개입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환율은 이날 기준 137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단기간에 환차익을 보려는 '큰손'들의 투자 규모도 늘어나게 되며, 환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무료 환전 서비스가 도입 취지와는 달리 '환투기' 등으로 사용될 우려가 있어 비정상 거래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설치한 것"이라며 "일반적인 고객이라면 이번 한도 제한이 큰 불편함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비대면 환전 한도가 초가될 경우에는 영업점을 방문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