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적자 탈출구' 찾을까…유정준·이석희 체제로 새출발


10일 유정준 신임 부회장 선임…이석희 사장과 새 체제 구축
2021년 출범 후 적자 이어져…당면 과제 '흑자 전환'

SK온은 10일자로 유정준 SK미주대외협력총괄 부회장을 SK온 신임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SK온이 유정준 신임 부회장 체제로 전환한다. 북미 전문가를 앞세워 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것으로, 유 부회장은 이석희 사장과 함께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한 '적자 탈출'을 위해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10일자로 유정준 SK미주대외협력총괄 부회장을 회사 신임 부회장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SK온 대표이사로 있던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신임 수석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유 부회장이 새롭게 배치되는 방식이다.

SK온 입장에서는 반년 만에 큰 폭의 체제 변화를 겪는 셈이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이석희 사장으로 대표이사 교체를 단행했고, 이번에 '원포인트' 비정기 인사를 통해 유 부회장을 선임하게 됐다. 이러한 체제 전환은 SK온이 그룹의 기대와 달리 좀처럼 도약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국내 배터리 기업 중 막내인 SK온은 뒤늦은 2021년 10월 출범 이후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나타냈으나,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구간에 접어든 이후 이렇다 할 성장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SK온이 유 부회장을 투입한 목적은 뚜렷해 보인다.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북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1998년 SK에 합류해 SK에너지와 SK루브리컨츠, SK G&G(글로벌미래성장동력발굴) 추진단, SK E&S 등을 거친 유 부회장은 지난 2022년부터 그룹 북미 사업을 총괄하는 등 회사 내 북미 전문가로 통한다. 유 부회장은 SK하이닉스 전성기를 이끈 이 사장과 호흡을 맞추며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리밸런싱'(재조정) 작업을 본격화하는 동시에, SK온의 사업 확대 방안을 적극 모색할 전망이다.

SK 관계자는 "유 부회장은 이 사장과 함께 SK온의 최대 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사업 확대 및 신규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정준 신임 부회장은 이석희 사장(사진)과 함께 최대 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사업 확대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서예원 기자

유 부회장의 당면 과제로는 '실적 개선'이 꼽힌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 성장 방향을 고민해야 할 위치이지만, 실적 부진이 장기화된다면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SK온은 출범 이후 줄곧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1분기부터 4분기까지 3447억원, 1315억원, 861억원, 186억원 등 적자 폭을 줄여나가며 적자 탈출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올해 1분기 다시 3000억원대로 영업손실 규모가 커져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성장성을 회복하는 것도 급선무다. 시장 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온은 올해 1~4월, 전년 대비 1.3% 감소한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을 기록하는 등 주요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유 부회장은 북미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조지아주 공장을 22GWh 규모로 운영 중이고, 내년 블루오벌SK(127GWh)와 현대차 합작공장(35GWh)을 추가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그룹 차원의 '배터리 살리기' 지원 사격도 예상된다. 그룹 최고 의사결정 기구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최창원 의장과 주요 계열사 CEO 20여명은 지난 4월 회의를 열고 위기에 직면한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결정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에너지 사업 재편을 총괄하면서 그룹 '리밸런싱' 작업의 핵심인 배터리 사업의 성장에도 계속 힘을 보탤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북미 시장에서의 선전, 산업의 미래 성장성 등을 고려했을 때 '적자 탈출'은 시간 문제라는 의견이 나온다. 연내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메리츠증권과 삼성증권은 앞서 보고서를 통해 SK온의 흑자 전환 시점을 올 4분기로 제시했다. SK온도 연내 흑자 전환의 희망을 버리지 않은 모습이다. 이 사장은 지난 3월 "올해 흑자 전환을 목표로 전 구성원이 노력을 하고 있으며 특히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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