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이 임기만료로 사내이사에서 물러났지만, 대표이사직을 이어가고 있다. 상법에 따라 대표이사는 이사회 결의로 선임되지만, 아직 이사회가 열리지 않아서다. 구 부회장은 신임 대표이사가 선출될 때까지 회사 경영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식품 업계 일각에서는 이사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이사회 구성원인 창업주 고(故) 구자학 회장의 장녀 구미현 씨와 그의 남편 이영열 전 한양대 의대 교수,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의 아들 구재모 씨는 회사 측에 이사회 개최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구 부회장은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현재 대표이사직을 이어가고 있다. 새 대표이사가 선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법 제386조(결원의 경우)에 따르면 '임기의 만료 또는 사임으로 인해 퇴임한 이사는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의 권리의무가 있다'고 명시한다. 즉 새 대표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구 부회장은 대표이사로서 직을 이어간다는 의미다.
임시주주총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구미현 씨는 구 부회장과 구명진 씨에게 회사 대표이사를 맡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이사회 개최 관련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지난 4월 1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했다. 구미현 씨가 구 전 부회장과 손을 잡고 구 부회장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구 부회장은 구미현 씨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지난달 31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부결됐다. 현재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는 아워홈을 사모펀드(PEF)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상장사인 아워홈 지분은 구 전 부회장 38.56%, 구미현 씨 19.28%, 구명진 씨 19.6%, 구 부회장 20.67%로, 구 전 부회장에게 1명만 힘을 실어줘도 지분이 50%를 넘는 구조다.
반면 구 부회장 측은 구미현 씨가 '세 자매 협약'을 어긴 것을 근거로 법적 분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위약금은 최대 12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 협약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동일하게 행사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를 어길 시 개인당 300억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 내부 조직 흔들릴 가능성…"외부 경쟁력도 약해질 것"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조직 내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고, 외부 경쟁력도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사회가 열리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는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상철 유한대 경영학과 교수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새로운 이사진이 회사 미래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는 사람인지 등이다"며 "조직 내부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사회라면 조직 내부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나아가 외부 경쟁력도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임 대표이사 선출이 늦어지는 것은 이사회가 정상 운영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아워홈만의 일이 아닌, 오너 경영을 하는 기업들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100년 기업으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100미터 선수 마인드가 아닌, 마라톤 선수 마인드여야 한다. 기업의 이해도가 높아야 지속가능성이 가능하다. 오너들 간의 경영권 분쟁에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내부 직원들이다"며 "이는 아워홈뿐만 아니라, 오너 경영을 하는 기업들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구 부회장이 추진해온 신사업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구 부회장은 지난달 초 본인 직속 조직인 '신성장테크비즈니스부문'을 신설해 푸드테크 등 신사업 발굴에 힘써왔다. 그러나 추후 새 대표이사가 선임돼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 신사업 진행이 더뎌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식품 기업은 신뢰가 기본인 만큼,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대표가 선임된다면 직원들의 우려 가득한 시선을 벗어나는 일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