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금융당국이 '금산(금융과 산업) 분리' 규제 완화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금산분리 완화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가 무기한 연기한 지 약 10개월 만이다. 금융권의 비금융업 진출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금융회사가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금산분리 규제 완화' 카드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금융산업도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우리나라만 전통적인 관념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산분리 규제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원칙을 의미한다. 기업이 은행 주식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할 수 없으며, 반대로 은행도 기업의 주식을 일정 한도 이상 가질 수 없다. 현재 금융지주는 비금융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다. 또 은행과 보험사들은 다른 회사 지분에 15% 이상 출자가 불가하다.
그러나 최근 산업과 금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금산분리 원칙이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발전을 막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금융당국이 나서서 개선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22년 7월 취임 당시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출범하고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선 바 있다. 지난해 8월 금산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 구체적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시장 혼란 등의 이유로 무기한 연기했다.
금융당국이 다시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는 것은 금융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으면 안 된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당국은 현행 포지티브 규제의 해석을 넓게 하거나, 네거티브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두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금산분리 규제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법령상 허용된 업무만 할 수 있도록 한다. 허용 가능한 업무를 늘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첫 번째 방안이다. 법적으로 제한하는 것 외에 모두 가능한 '네거티브 방식'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얘기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진전된 바는 없었다"며 "금융산업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고, 은행들 역시 수익 다각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금산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해 이번에는 속도를 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과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 등에 대해 의견 수렴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