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최근 기아, 현대로템, 한화오션 등 국내 방산업체들이 전차와 잠수함 등에 하이브리드엔진을 장착하거나 수소를 활용한 구동장치를 만들어 주목받고 있다. 신기술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여 연비를 절감함과 동시에, 작전 반경을 넓히는 등 성능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된 방산 전시회 'WDS 2024'에 참석해 '수소 ATV(All-Terrain Vehicle)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수소 ATV 콘셉트카'는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친환경 차량으로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 소음과 발열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천장과 문을 제거한 경량화 차체를 통해 위험 지역에서도 보다 신속하고 안전한 이동이 가능하다.
현대로템은 수소연료전지 기반 미래 무인 플랫폼인 '디펜스 드론'을 개발 중에 있다. 디펜스 드론은 자율주행과 원격주행이 가능한 무인 차량으로, 운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임무 장비를 탑재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디펜스 드론에는 LIG넥스원의 '대 드론 통합 방어 체계(ADS)'가 적용돼 적의 드론 공습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ADS를 잘 활용한다면 아군 기갑 부대가 진격할 때 디펜스 드론이 함께 기동하며 적의 드론을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현대로템은 차기 주력 전차 'K3'에 기존 디젤 엔진과 함께 하이브리드 디젤-전기 동력장치를 함께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하이브리드 디젤-전기 동력장치는 디젤 엔진으로 발전기를 돌려 얻은 전기로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으로, 변속기 없이 부드러운 주행을 할 수 있고 연비와 항속거리가 개선된다. 하이브리드 형식 K3 전차는 기존 대비 500km 항속거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방산업체들도 전차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도입하는 것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GDLS사가 개발 중인 차기 주력전차 '에이브럼스X'는 전투 중량을 줄이고 하이브리드 파워팩을 탑재한다는 방침이다.
해상 부문에서도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잠수함과 함정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잠수함의 경우 이미 전기를 활용해 스크를 돌리기에 활용도가 더욱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잠수함은 디젤엔진을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동력으로 활용한다. 이 때문에 잠항 도중 산소와 전기가 모두 소모되면 일정 시간 이상 수면 위로 부상해 엔진을 가동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만일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동력체계가 탑재되고, 무인 잠수함으로 설계돼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다면 '무제한 잠항'이 가능해진다.
한화오션은 최근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하는 '무인 잠수정용 에너지원 시스템' 시작품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사업은 다목적 모듈형 무인 잠수정용 수소 연료전지체계를 개발하는 것으로 한화오션은 다목적 모듈형 무인 잠수정 에너지원의 기술을 개발하고 성능 검증용 시작품을 제작한다. 이에 필요한 설계 검증 지원과 시험 지원 용역도 수행하게 된다.
특히 한화오션은 공기불요장치(AIP)를 접목한 연료전지체계 설계·제작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저속에서는 AIP를, 고속에서는 연료전지체계를 사용해 원자력 잠수함을 제외한 재래식 디젤 추진 잠수함으로는 최장 시간 잠항을 가능하게 한다.
다만 현재의 보급체계 속에서는 수소 연료에 대한 수급이 쉽지 않아 당장 실전에 도입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현재 군 보급체계는 경유와 휘발유 등을 보급하도록 구축돼 있어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무기체계는 보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 "당장은 기존 연료 보급체계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체제가 제공되다가 향후 수소연료 공급체계가 완비되면 수소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무기체계도 실전 배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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