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동해안 석유·가스 시추계획 발표에 정유와 석유화학업계는 '관망 속 기대'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오는 2035년 상업적 개발이 이루어져 당장 경제성을 따지긴 어렵지만, 생산이 본격화되면 원유 가격 인하와 운송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3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국정브리핑을 열고 "동해안에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전체가 석유는 최대 4년,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쓸 수 있는 양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날 산업부의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고, 내년 상반기까지 탐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동해안 석유·가스 시추 계획 발표와 관련해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당분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직 14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정확이 있는지 확인된 단계가 아닌데다, 확실히 발견하더라도 일정상 2027년 공사를 시작해 오는 2035년이 돼야 상업적 개발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태는 동해안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정도이기 때문에 당장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평가가 매우 어렵다"면서 "정말 대통령이 말한 매장량이 있는지 확인하고 채굴했을 때 경제성을 확인해 봐야 (정유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도 "아직까지는 시추가 될지, 안될지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라면서 "시추하고 나서도 채산성을 확인해봐야 하며, 매장돼 있는데도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시추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예측한 대로 석유와 가스의 시추가 가능하다면 원유 수급 다변화, 운송비 절감과 같은 효과가 기대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의 지난 1분기 운송료는 각각 596억원, 473억원 수준이다. 원유 운송의 전체를 대체할 순 없더라도 10%의 물량만 국산으로 대체한다면 수십억원의 운송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중동에서의 분쟁 등으로 두바이유 가격이 치솟을 때, 동해안에서 생산된 원유를 공급할 수 있다면 원유 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만일 정말 한국에서도 원유가 생산된다면 운송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좀 더 싸게 원유를 수급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면서 "140억배럴 규모의 원유가 확보된다면 중동 지역에서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유 수급을 더욱 유연하게 대처해 가격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최종 석유화학 제품만 생산하는 다운스트림 업체의 경우 국내에서 원유가 생산된다 해도 아주 큰 영향이 있진 않겠지만,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직접 생산하는 업스트림 석화업체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원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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