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박병립·최승진·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이한림·정소양·이중삼·최문정·최의종·최지혜·이선영·우지수·이라진·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맑음과 흐림이 교차했던 5월의 마지막 주, 경제계도 변덕스러운 날씨와 비슷한 여러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재계에선 1, 2심 결과가 확 달라진 SK그룹 오너 일가의 '세기의 이혼 재판'이 가장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위자료와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라는 2심 판결이 이번 주 나왔는데요, 이는 1심 판결 대비 20배 이상 늘어난 금액입니다. 세기의 이혼 과정에서 나온 세기의 판결에 여러 뒷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워홈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가의 '남매 전쟁'은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구지은 부회장의 패배로 일단락됐습니다. 창업자인 고 구자학 회장의 장녀 구미현 씨의 변심이 전쟁의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는데요, 구미현 씨의 향후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선 기업가치제고(밸류업) 1호 공시 주인공이 나왔습니다. KB금융그룹이 밸류업 공시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구체적인 내용은 올 4분기에 공시할 예정입니다. KB금융은 올해 들어 주가가 40% 이상 올랐는데요, 해당 공시가 향후 주가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됩니다.
◆'세기의 이혼' 판결에 뒤숭숭한 SK그룹…대법원의 선택은?
-지난 한주 재계 안팎의 관심이 SK그룹에 쏠렸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인데요, 자세한 이야기 들려주시죠.
-서울고법 가사2부는 지난달 30일 이른바 '세기의 이혼'이라고 불리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선고 공판을 열었습니다. 결과는 이미 알려졌듯, 노 관장이 웃었습니다.
-2심 재판부는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위자료 1억원과 재산 분할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2022년 12월 1심과 비교했을 때 금액이 대폭 늘어난 것이죠. 위자료와 재산 분할금 모두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결과가 180도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1심 재판부는 SK 주식을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2심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노 관장도 SK 성장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판결 이후 입장문을 통해 "이번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항소심 재판부는 처음부터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듯 그간 편향적이고 독단적으로 재판을 진행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변호인단은 SK 성장 배경 중 하나로 노 관장의 부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상당한 역할이 있었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 분노하며 "아무런 증거도 없이 편견과 예단에 기반해 기업의 역사와 미래를 흔드는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군요. SK그룹 내부 분위기는 어땠나요?
-뒤숭숭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내외 변수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결집, 주요 사업을 점검 및 최적화하는 '리밸런싱(재조정)' 작업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중대한 리스크까지 안게 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변호인단이 아닌 그룹 차원에서는 이번 이혼 소송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고 말을 아꼈습니다.
-SK 경영권 분쟁을 걱정하는 시선도 있죠?
-재산 분할금이 어마어마한 수준이니 자연스럽게 경영권 분쟁 우려가 나오는 것인데요. 그간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 회장(17.73%) 측 SK㈜ 지분이 25.57%에 불과해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터라 더더욱 그렇죠. 다만 노 관장은 SK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것은 원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지분이 아닌 현금으로 재산 분할이 이뤄져 SK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도 고려는 해야 하니, 재산 분할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그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재계 안팎에선 지주사 지분 매각을 최소화하면서 대출 등을 통해 현금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대법원판결이 남아 있긴 하잖아요.
-그렇습니다. '세기의 이혼' 소송의 결말을 보려면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려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 덕에 SK가 성장했다는 것에 대한 증명이 더 필요하고, 그 부분을 인정하더라도 그걸 '노 관장의 기여'로 판단하는 데 있어 논란의 여지가 남아 파기환송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는데요.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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