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兆 역대 최고 재산 분할에 당혹…최태원 측 "대법서 바로잡겠다"


서울고법 "최태원, 노소영에 재산 분할 1조3808억" 판결
최태원 변호인단 "SK 역사·미래 흔드는 판결에 동의 못 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30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과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서울고법=이성락 기자] '세기의 이혼 소송'으로 불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이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다. 1심과 비교해 재산 분할금이 대폭 늘어나 최 회장 입장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 회장 측은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며 대법원 상고 의사를 밝혔다.

31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전날 오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선고 공판을 열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이 위자료 명목으로 노 관장에게 2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미 두 사람 모두 이혼 의사를 밝힌 만큼, 이번 이혼 소송의 핵심은 재산 분할 규모였다. 앞서 1심 재판부가 재산 분할로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 셈이다. 1심에서는 SK 주식을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고 최 회장 보유 일부 계열사 주식, 부동산, 퇴직금, 예금 등과 노 관장의 재산만을 분할 대상으로 삼았는데, 2심 재판부는 그렇지 않았다. 노 관장도 자산 형성 과정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SK 기업 가치가 증가하는 데 있어 피고(노소영)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피고는 가사와 자녀 양육을 전담하면서 원고(최태원)의 모친 사망 이후에 실질적으로 지위 승계하는 등 대체재, 보완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노 관장의 법률대리인인 김기정 변호사는 선고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1심보다 금액이 많이 올라 그 부분은 만족한다"며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 주의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해 주신 아주 훌륭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결과로 최 회장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판부가 재산 분할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해 당장 경영권 분쟁 위험성은 없지만, 그룹 총수라도 1조원 이상의 현금을 마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보유 지분 일부 매각, 대출 등의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변호인단은 재판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이었다며 즉각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새롬 기자

최 회장 측은 2심 판결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간 편향적이고 독단적으로 재판을 진행해 왔고, 결과 역시 지나치게 편파적으로 나왔다며 유감을 표했다. 특히 SK가 1992년 태평양증권을 인수할 당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규모 비자금을 썼다는 노 관장 측의 일방적 주장을 인정하는 등 재판부가 중대한 오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 변호인단은 "6공(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다.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뤄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 없다"며 "오히려 SK는 당시 사돈이었던 6공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했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다. 아무런 증거 없이 편견과 예단에 기반해 기업의 역사와 미래를 흔드는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 측이 이날 재판 결과에 대해 강력 반발하면서 '세기의 이혼 소송'은 결국 대법원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변호인단은 "억측과 오해로 인해 기업과 구성원, 주주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당했다"며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지난 1988년 9월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뒀으나 2015년 파경을 맞았다. 최 회장은 2017년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고, 합의에 실패한 뒤 정식 소송을 제기했다.

이혼 반대 입장을 보였던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고 돌아서며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 보유 SK㈜ 주식 중 42.29%(650만주)를 분할해 달라고 요구했다. 노 관장은 이후 재판 과정에서 요구 주식 비율을 50%로 확대하기도 했다. 특히 2심을 통해 재산 분할 형태를 주식에서 현금으로 바꾸고 금액 또한 1조원대에서 2조원대로 올렸다. 위자료 청구액도 30억원으로 높였다.

rocky@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