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2004년 거론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 기업들은 제도 정비와 투자로 ESG 정면 돌파에 나섰다. ESG 공시 의무화를 앞둔 만큼 ESG의 날갯짓이 태풍을 몰고 왔다는 평가다. 이 태풍 속 ESG 주도권을 쥐고 선도하는 곳은 어디일까. 아울러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더팩트>가 ESG 현주소를 진단한다. <편집자주>
[더팩트|이중삼 기자] 최근 소비시장의 주 고객층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엄+Z) 사이에서 '가치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가치소비는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물건·서비스만을 소비하는 방식을 말한다. 가치소비에는 착한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 착한소비, 친환경적인 것을 소비하는 그린슈머 등이 있다. 즉 상품의 질보다는 자신의 구매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소비 방식인 셈이다.
이러한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됨에 따라 유통·소비재 기업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자유시장경제와 기업의 역할에 관한 국민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9명이 사회적 책임 이행 수준이 높은 기업의 제품을 우선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또 이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가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과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이에 대해, 식품 업계 관계자는 "MZ세대 사이에서 가치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유통·소비재 기업에서 ESG경영 강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이들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 제품에 대해서는 불매운동에 나서는 것처럼, 기업 입장에서 ESG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삼정KPMG경제연구원이 발간한 'ESG 시대, 유통·소비재 기업의 미래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유통·소비재 기업에게 ESG경영 활동은 기업의 단순한 마케팅·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이 아닌, 경영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소비자 행동주의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ESG경영 활동에 관한 투명한 정보 공개 등을 요구받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소비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더불어 투명성과 정직성 등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다양한 가치를 근거로, 특정 기업에 대해 높은 로열티를 갖거나 구매를 결정함에 있어 이들 기업에게 ESG경영에 대한 적극적인 행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 지속가능경영 강화 위한 세 가지 체크포인트
보고서는 MZ세대의 경우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에 높은 호감을 가지는 경향이 있고, 지속가능한 제품에 보다 강한 구매 의사를 가진다고 했다. KPMG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Z세대 10명 중 7명은 자신의 가치와 맞는 브랜드에 높은 충성도를 보였다. M세대의 경우 기업의 환경·사회공헌 활동에 따라 구매 의사결정을 번복한 경험이 있었다.
이와 관련, 이재혁 고려대 교수는 "SNS, 동영상 플랫폼의 발달로 기업의 ESG 관련 이슈가 쉽게 대중들에게 공유될 수 있는 만큼, ESG 경영에 더욱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유통·소비재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수반돼야 할까. 앞선 보고서에 따르면 ESG경영 실행 체계 정립, ESG 정보공시 체계화·지속가능 인증 모니터링, ESG 리스크 관리 고도화·핵심 관리지표 설계 등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ESG경영 전략 내재화와 함께 ESG경영의 실행을 위해서는 기업 전반을 ESG경영을 위한 조직으로 재설계하는 부분이 필수적이며, ESG 위원회와 같은 ESG 관련 최고의사 결정조직을 신설하고 ESG전담조직, 실무 협의체 형태의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또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이를 자사 제품에 도입해 기업의 ESG경영 수준·지속가능성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를 대내외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도 했다. 나아가 지속가능 보고서를 기획하고 발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외부기관 등으로부터 검증받아 자사의 ESG경영 수준을 고시하는 등의 노력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ESG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ESG 핵심 관리지표 가이드라인을 도출해야 하며, 글로벌 주요 선도기업 사례를 보고 ESG 핵심 관리지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국내 유통·소비재 기업들이 ESG 전담 인력·조직을 확충해 나갈 때 우리나라에도 ESG를 리드하는 다수의 기업이 태동할 것"이라며 "ESG는 준수해야 할 지침을 넘어 새로운 기회로, ESG를 통한 기업의 새로운 지평선이 그려지고 있는 시점이다. ESG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집중한다면 국내 유통·소비재산업은 또 다른 차원의 도약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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