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hy가 다음 달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노크(Knowk)'를 출시한다. 식음료 기업 이미지를 벗고 종합 물류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행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충남 논산에 대형 물류센터를 건설하고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는 물류 스타트업을 수백억원에 인수하면서 기업 미래 전략을 준비해 왔다. hy '노크'가 기존 배달앱 사업자들과 차별점을 찾고 자체 물류 기반을 다지는 데 역할을 해낼지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hy는 '노크'를 배달비 무료, 업계 최저 입점업체 수수료, 최소주문금액 폐지 등 혜택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첫 영업은 서울 강서구 지역 시범 운영으로, 기간을 거치면서 혜택 등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hy가 후발주자로 배달앱 시장에 진입하는 이유로는 기업 자체 물류 인프라를 확장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hy 관계자는 "6월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세부 사항은 시범 운영 후에 결정될 예정"이라며 "노크는 소상공인들과 상생할 수 있는 '로컬 플랫폼'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hy의 배달앱 시장 진출은 지난해 4월 투자의 연장선이다. 당시 hy는 배달대행업체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지분 66.7%를 800억원에 인수했고 두 회사가 보유한 물류 인프라를 강화하고 연계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hy는 전국에 1만1000여명의 프레시 파트너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프레시 파트너의 평균 근속연수는 11.6년으로 지역 이해도가 높아 맛집 소개, 음식 배달 등 효율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hy 측은 설명했다. hy는 프레시 파트너와 메쉬코리아가 기존 보유한 1만여 명 배달 라이더를 '노크' 운영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부릉 본사 사무실이 서울 서초구 hy 본사 건물로 이전하기도 했다.
다만 hy는 '노크'로 배달앱 시장에 진입하면서 사업 초반 자본 부담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가 각자 무료배송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내세우면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한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기존 시장 고객을 '노크'로 끌어오려면 타 기업들과 차별화된 요금 정책을 선보여야 한다"며 "큰 규모 자본이 소모될 것이다. 업계 경쟁도 지금보다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hy가 이미 경쟁이 치열한 배달앱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최종 물류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노크'를 음식 배달뿐만 아니라 hy의 전체 물류고객으로 록인(제품이나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어 둠)하는 역할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 당시 한국야쿠르트는 식음료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고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로 사명을 hy로 변경했다. 이 회사는 자체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사 이커머스 '프레딧'을 운영하며 식음료뿐만 아니라 넓은 영역에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충남 논산에 hy 물류센터를 건설했다. 이 물류센터는 로봇, 익일배송, 콜드체인(신선식품 운송) 등 최첨단 시스템을 갖췄다. 약 2만7500㎡(8310평) 면적에 연간 물류 처리 2000만건을 처리할 수 있는 물류 거점이다. hy는 물류센터 역량에 더해 '노크'라는 지역 기반 배달앱으로 고객을 모아 전국 물류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통 업계가 종합물류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는 4차 산업혁명에 걸맞는 사업 형태를 찾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온라인 커머스가 주류가 되면서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고객과 기업의 오프라인 접촉은 유통 최종 단계인 배송·물류만 남는다는 설명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물류 산업은 21세기 유통업의 최종 단계다. 쿠팡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CJ대한통운이 중국 커머스 성장 영향으로 매출액이 오르고 있는 이유 모두 물류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이라며 "hy가 물류센터를 건설하고 배달앱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소비자들에게 직접 다가가면서 기업 인지도를 높이고 미래 산업계를 대비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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