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지난해 이어 올해도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안정법을 놓고 정부와 야당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25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야당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법과 농안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예정이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값이 떨어지면 정부가 초과량을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게 주 내용이다. 농안법 개정안에는 농산물값이 기준치 미만으로 하락하면 정부가 그 차액을 생산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가격보장제'가 담겼다.
야당은 지난달 단독으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열고 양곡법.농안법 개정알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양곡법 개정안은 지난해 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에 부의해 통과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1호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최종 폐기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일부 문구를 수정해 제2 양곡법을 만들었다.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 가격이 5% 이상 넘게 떨어질 때 시장 격리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했던 기존 법안과 달리 시장 격리 범위를 양곡수급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매입이 이뤄지도록 했다.
야당은 양곡법과 농안법이 농업 소득을 끌어올리고 농가의 경영을 안정화해 식량 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두 법안 모두 특정 품목에 대한 생산 쏠림이 일어나 농산물의 품질은 물론, 타품목의 가격 상승도 우려된다며 반대입장을 고수해왔다. 기준가격이 높거나 농사짓기 편한 품목으로 쏠림이 일어나 생산구조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독소조항이 제거되지 않은 개정안을 다시 추진할 경우 거부권을 또다시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양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연간 3조원 이상, 농안법 개정안에는 고추, 마늘, 배추 등 5대 채소로만 추산해도 평년 기준으로 연간 1조2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 의원들은 입장문을 통해 "4월18일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양곡관리법'과 '농안법' 개정안이 의결된 이후 송 장관은 두 법안에 대한 왜곡과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송 장관은 양곡법 개정안이 '남는 쌀 강제매수법'이며 보관 매입비만 연 3조원이 소요되고 쌀 과잉구조가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그야말로 악의적인 가짜뉴스"라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핵심은 시장격리 의무화가 아니라 품목별 기준가격을 정하고 시장가격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만 차액의 일부를 보전하는 농산물 가격안정제의 도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송 장관의 여론 호도와 대통령 거부권까지 유도하려는 거짓 선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곡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에 대한 농민단체, 외식업계 등의 우려가 나오고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농정 국책연구기관의 지적이 나오는 등 반대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승준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경제연구실장은 지난 17일 농경연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지속 가능 농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쌀과 특정 품목에 쏠림현상이 생기면 농산물 공급이 전반적으로 부족해지고 이 영향으로 가격 상승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농안법 개정안은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경우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농가 소득 증대와 소비자 물가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균형적인 농정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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