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중구=최의종 기자] 약 2.2톤 메르세데스-벤츠 EQA와 3톤 EQS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시속 56km 속도로 눈 깜짝할 사이 정면충돌한다. 충돌 뒤 두 차량 모두 전면부에 많은 변형이 발생했다. 그러나 운전자 탑승 구역과 배터리 탑재 부분은 손상이 없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세계 최초로 순수 전기차 두 대를 활용한 충돌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벤츠는 지난해 독일 진델핑겐에 위치한 자동차 안전 기술센터에서 진행한 충돌 테스트에 사용된 두 차량을 이날 공개했다.
EQA와 EQS SUV 충돌 테스트에는 측정 지점이 부착된 각 2개 더미(인체 모형), 총 4개 더미가 활용됐다. 벤츠는 약 150개 측정 지점을 분석한 결과 탑승자는 중상 또는 치명적인 부상 위험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마르셀 브로드백 전기차 충돌시험 엔지니어는 이날 에어백과 포스 리미터, 장착 벨트 텐셔너 등 안전장비도 설계대로 정상 작동했다고 말했다. 유로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Euro NCAP) 기준인 1400kg 트롤리 사용과 비교하면 더 엄격한 테스트가 실시됐다고 강조했다.
브로드백 엔지니어는 전면부에 많은 변형이 생긴 것을 충돌 에너지가 효과적으로 흡수된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승객 안전 셀은 그대로 유지됐으며, 차량 문도 정상적으로 열렸다고 강조했다. 비상 상황에도 탑승자 스스로 또는 구조 대원이 개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화재 발생 시 전이와 확산이 빨라 진압이 어려운 원인인 배터리도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율리아 힌너스 충돌 안전 엔지니어는 "배터리와 60V 이상 전압을 가진 모든 부품 안전을 보장하는 8가지 핵심 요소를 적용했다"며 "자체 모니터링 고전압 시스템도 탑재됐다"고 말했다.
벤츠코리아는 이날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지역위원회가 설정한 '비전 제로(Vision Zero)' 목표를 넘어서겠다고 강조했다. 비전 제로는 도로교통 관련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는 도로 체계 달성을 목표로 하는 다국적 도로교통 안전 프로젝트다.
힌너스 엔지니어는 "단순히 2050년까지 교통사고 사망 건수를 0건으로 만들거나 2030년 교통사고 사상 건수를 2020년 대비 절반으로 줄이는 목표를 넘어, 벤츠 차량 관련 사고를 2050년까지 제로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벤츠코리아는 이날 도심형 콤팩트 전기 SUV EQA와 패밀리 전기 SUV EQB 부분변경 모델 '더 뉴 EQA'와 '더 뉴 EQB'를 공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EQA는 지난 2021년 국내 첫 공개 이후 3년 만에, EQB는 2022년 국내 판매 시작 후 2년 만에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인다.
벤츠코리아는 전기차 전체 판매량 41%를 차지한 EQA와 EQB 부분변경 모델에 대해 디자인 변화와 편의성을 높인 옵션 사양, 향상된 디지털·편의 기능 등의 상품성 개선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안전을 강조한 '실생활 안전성' 철학이 담겼다고 말했다.
킬라인 텔렌 제품·마케팅 및 디지털 비즈니스 부문 총괄 부사장은 더 뉴 EQA와 EQB 전 라인업에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가 탑재됐다고 설명했다. 사고 발생 이전 위험 상황을 감지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프리-세이프'도 포함됐다고 했다.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는 △앞차 간격 유지 및 자동 속도 조절, 제동 및 출발 지원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 △도로 설치 속도 제한 표지판 인식 자동 속도 조정 '액티브 속도 제한 어시스트' △하차 경고 기능 포함 '액티브 사각지대 어시스트' 등이다.
텔렌 총괄 부사장은 더 뉴 EQA와 EQB에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탑재됐다고 설명했다. 더 뉴 EQA와 EQB에는 지능형 열 관리 시스템이 탑재돼 배터리 하부에 위치한 냉각판을 통한 냉각 및 발열이 배터리 최적 온도 범위를 유지하도록 돕는다고 했다.
두 모델 모두 급속 충전기 사용 시 100kW 최대 출력으로 충전이 가능하며 완속 충전기로는 최대 9.6kW로 충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급속 충전 환경과 배터리 상태에 따라 10~80% 충전하는 데 약 30분 소요된다.
더 뉴 EQA는 최고 출력 140kW와 최대 토크 385Nm을 발휘한다. 65.9kWh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돼 1회 완충 시 국내 인증 기준 367km 주행한다. 더 뉴 EQB는 최고 출력 168kW, 최대 토크 390Nm를 발휘하며 65.9kWh 배터리로 1회 완충 시 최대 주행거리는 302km다.
텔렌 총괄 부사장은 "기존 모델보다 주행거리가 3%가량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미세한 하락으로, 테스트 환경이나 여러 요소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드라이빙 시스템과 배터리 등에 변화가 없기에 큰 변경이 없다"고 말했다.
텔렌 총괄 부사장은 두 부분변경 모델의 바뀐 디자인도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외관은 '삼각별 패턴'이 적용된 블랙 패널 라디에이터 그릴로 변경됐다. 실내는 터치형 컨트롤 패널이 장착된 '신규 스티어링 휠 디자인'을 적용했다고 했다.
디지털·편의 기능은 2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가 탑재돼 제로-레이어 인터페이스, 무선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톨 정산 시스템 등 사양이 추가됐다. 텔렌 부사장은 "두 차량 모두 국내 고객의 높은 기준을 충족해 브랜드 입지를 다지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 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은 "전기차 시장에서 안전 우려가 증폭하는 것을 알고 있다. 벤츠에게 안전은 단순한 기능이 아닌 핵심이자 DNA 일부"라며 "부분변경 모델도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콤팩트 SUV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가격은 더 뉴 EQA 250 일렉트릭 아트가 6790만원, EQA 250 AMG 라인이 7360만원부터다. 더 뉴 EQB 300 4MATIC 일렉트릭 아트는 7660만원, EQB 300 4MATIC AMG 라인은 8200만원부터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