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주주, 시총 6조 증발에 "못살아"…소환되는 '신라젠 사태'


오너 해명에도 이틀 연속 하한가에 주주 불만 증폭
시총 순위 5위까지 떨어져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LB는 지난 17일 간암 신약의 FDA 승인 불발 여파로 전날까지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HLB 홈페이지 캡처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제약·바이오 업체 HLB는 일주일 전 코스닥 시가총액(시총) 2위로 올라섰다. 미국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앞둔 간암 신약에 대한 기대감과 오는 6월 예고된 코스피 이전 상장 등이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하면서 주주들의 환호를 이끌었다.

일주일 후 주주들의 환호는 원망으로 바뀌고 있다. 시장은 이틀 연속 하한가로 충격의 강도를 시사했고, 시총은 이틀 만에 반토막이 난 6조원대로 떨어졌다. 코스닥 시총 순위는 21일 장중 5위까지 내렸다. 일부 주주들은 과거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올라섰다가 상장폐지 위기까지 갔던 '신라젠 사태'마저 소환하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 HLB는 전 거래일 대비 29.96%(2만100원) 내린 4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 연속 하한가이자,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에 4만원대 주가로 내렸다. 고점(3월 26일, 12만9000원) 대비 하락률은 63.56%에 달한다. 단 이틀 만에 벌어진 결과다.

HLB는 지난해 5월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 항암제인 '캄렐리주맙'의 병용요법에 대해 FDA 간암 1차 치료제 신약 허가를 신청했다. 이는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항암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이어졌고 2만원대 주가를 횡보하던 HLB를 단숨에 12만원대까지 치솟게 했다.

이에 HLB의 약세는 간암 신약의 FDA 승인에 대한 주주들의 기대감이 고스란히 실망감으로 변한 결과로 풀이된다. FDA는 HLB가 첫 하한가를 기록하기 전날인 17일 HLB에 간암 신약 승인과 관련해 보완 요구 서한(CRL)을 보냈다. HLB는 FDA가 지적한 사안을 수정·보완해 다시 제출하겠다고 밝혔으나, 시장에서는 이를 사실상 승인 실패로 보고 HLB 주식을 대량으로 팔기 시작했다.

진양곤 HLB 회장은 카메라를 켜고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진 회장은 17일 '간암 신약 NDA 본심사 결과 관련'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리보세라닙 관련 이슈는 없으나 캄렐리주맙과 관련한 이슈가 있었는데 답변이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캄렐리주맙 제조공정이 FDA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FDA가) 임상을 진행한 주요 임상 기관을 확인하는 실사가 있는데, 임상에 참여한 백인 비율이 높았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이라 실사를 갈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진양곤 HLB 회장이 17일 HLB에이치엘비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간암 신약 NDA 본심사 결과 관련 영상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HLB에이치엘비 유튜브 채널 캡처

오너의 해명에도 주주들의 원성은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17일 61만주에 불과한 일일 거래량은 18일 장에서 무려 1685만주를 기록했다. 하한가가 이틀 연속 이어지는 것을 보고 저가 매수를 통한 차익 실현을 노린 신규 투자자들마저 유입됐다.

이렇다 보니 주주들은 HLB 주주 토론방 등을 통해 "마이너스 50% 찍었다. 못 살겠다", "시총 최상위권 종목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매도할 틈도 안 주고 뚝 떨어지네", "바이오는 하는 게 아니다", "단타 붙었네. 당분간 폭등은 없겠다", "이러다 밈(meme) 주식 되는 거 아니냐" 등 부정 편향된 반응을 보내고 있다.

일부 주주들은 HLB의 이번 급락을 두고 과거 국내 증시에 충격을 안긴 신라젠 사태를 소환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체 신라젠은 항암 치료제 펙사백에 대한 개발 기대감에 주가가 기존 1만원대에서 9만원대까지 급등하고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올라서는 등 국내 증시 'K바이오' 열풍을 주도한 종목이다.

그러나 2019년 8월 펙사백 3상에서 임상 중단 권고를 받으면서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맞았고, 경영진의 배임 혐의까지 겹치면서 10분의 1로 주가가 폭락했다. 이후 거래정지와 상장폐지 위기를 거친 후 코스닥 시장에 생존했으나, 시총 순위는 161위(20일 종가 기준)까지 주저앉았다. 주가는 올해 3000~4000원대를 오가고 있다.

다만 HLB는 신라젠처럼 3거래일 연속 하한가는 피할 전망이다. HLB는 21일 오전 11시 17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55% 오른 4만8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단, 장 초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고 거래량은 개장 이후 2시간여 만에 1200만주를 넘어서는 등 종가를 가늠하기 어려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시간 최고가는 4만8650원, 최저가는 4만5150원이다.

2kuns@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