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최근 편의점 업계가 타 업종 협업을 늘리는 가운데 게임 업계와의 동행이 특히 주목된다. 편의점은 매장을 찾는 게임 마니아와의 접점을 늘릴 수 있고 새로운 이벤트로 방문 고객들의 호기심을 끌 수 있어 협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게임 업계은 고객 일상과 밀접한 유통 채널에서 판매하는 캐릭터 제품이 젊은 세대 홍보 효과와 접근성 확보 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19일 일요일 오전 5시 서울 관악구 GS25 더관악점 매장 앞에는 오전 9시부터 판매하는 한정판 제품을 구하기 위해 '오픈런(매장이나 행사 시작 시간보다 일찍 현장에서 대기함)'한 고객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인천에서부터 매장을 찾아왔다는 한 소비자는 "전날 대기 번호표 배부 시간인 오전 8시에 맞춰서 도착했는데 인원이 많아 제품을 구매하지 못했다. 오늘은 어제보다 3시간 빠른 5시에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이른 아침부터 타 지역 주민까지 줄을 서면서 기다리던 제품은 지난 18일부터 2주 동안 전국 6개 매장에서만 단독 판매하는 캐릭터 굿즈다. GS25는 일반 소비자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음식 제품을 전국 단위로 판매하고, 특정 매장에서는 '블루아카이브' 핵심 마니아들을 위한 캐릭터 굿즈를 선보였다. △아크릴 스탠드 △아크릴 키링 △캔뱃지 제품으로 구성됐고 서울, 수원, 대전, 대구, 광주, 부산 각 1개 매장에서만 선착순으로 판매하고 있다.
GS25는 오는 7월 31일까지 넥슨게임즈에서 제작한 서브컬처 수집형 역할수행게임 '블루아카이브'와 함께 제휴 이벤트를 하고 있다. 행사 기간 동안 전국 매장에서 게임 캐릭터가 그려진 도시락을 판매하고, 구매 고객에게는 게임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 쿠폰을 증정하는 행사다. 캐릭터 스티커가 포함된 빵 제품을 선보여 수집 욕구도 공략한다.
이와 관련, GS25 더관악점 관계자는 "블루아카이브 협업 굿즈 출시 첫날 새벽부터 줄 서 있는 고객이 많았다. 제품은 대부분 빠르게 품절됐다. 굿즈와 함께 다른 상품들도 구매하기 때문에 모객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CU는 게임 회사 협업을 자체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해 오프라인 고객과 온라인 고객을 겨냥한 마케팅을 펼쳤다. 이 회사는 지난달 16일 게임 유통사 하이브IM과 손잡고 '별이되어라2: 베다의 기사들' 간편식을 출시했다. 삼각김밥과 도시락으로 구성했고 오는 31일까지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경품 추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CU는 고객들이 게임 협업 제품을 구매한 후 자체 커머스앱 '포켓CU'에서 스탬프를 적립할 수 있도록 했다. 스탬프를 모아 이벤트에 응모하면 아이패드, 에어팟 맥스, 게임 한정판 굿즈 등을 추첨해 증정한다. 또 간편식 제품에 동봉된 쿠폰을 사용하면 '별이되어라2: 베다의 기사'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26일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임단 T1과 손잡고 선수 포토카드가 포함된 식음료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세븐일레븐은 넷마블 게임 '쿵야'의 캐릭터 IP(지식재산권) '쿵야 레스토랑즈'와 캐릭터 협업을 기획하고 소비자들이 콘텐츠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커피 세븐카페 종이컵에 '쿵야 레스토랑즈' 캐릭터를 그려 넣고, 캐릭터 말풍선에 떠오르는 문구를 작성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는 행사다. 5월 한 달간 진행하는 이벤트로 세븐일레븐은 추첨을 통해 참가자 100명에게 양파쿵야 캐릭터 피규어 텀블러를 증정한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게임 업체가 편의점 협업을 기획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편의점 입장에서도 점점 매출 상승 효과가 늘고 있어 헙력 업체, 제품군 등을 확장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편의점과 게임계의 협업은 두 업계 '윈윈(win-win)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편의점을 이용하는 젊은 세대가 점차 늘고 있으며, 게임 업계는 고객 경험을 확장하는 무대로 편의점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은 젊은이들의 놀이터가 됐다. 최근 협업 마케팅을 펼치려고 하는 게임 업계 입장에서는 편의점이 게임 홍보, 재미 확장 측면에서 강점이 있는 채널일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편의점에서 협업 제품을 구매한 경험을 SNS, 커뮤니티에 공유한다. 편의점은 고객을 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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