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약진하는 중국 비야디(BYD)가 올해 말까지 멕시코에 현지 공장 부지를 선택할 예정이다. 멕시코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받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중 갈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4일(현지 시간) BYD 미주 지역 책임자 발언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BYD가 올해 말까지 연간 최대 15만대 자동차를 생산할 멕시코 공장 부지를 선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텔라 리 BYD 부사장 겸 BYD아메리카 CEO는 양산까지 2~3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BYD는 같은 날 멕시코시티에서 브랜드 첫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픽업트럭 샤크(Shark) 출시 행사를 진행했다. BYD가 중국 외 지역에서 신차를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YD는 샤크를 무기로 픽업트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BYD가 멕시코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배경으로는 '중남미 시장 공략'이 꼽힌다. 테슬라와 BMW 등도 공장 설립 계획을 확정해 멕시코는 전기차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저가 전기차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인 BYD는 공장 설립으로 중남미 시장 '메기' 역할을 노리고 있다.
기아는 지난 2016년 9월 멕시코 공장을 준공했다.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멕시코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멕시코 공장은 현대·기아차가 지금까지 쌓아온 높은 수준의 품질 경험으로 자동차 생산의 세계적인 명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멕시코 공장 가동률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기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3월 멕시코 공장 생산량은 5만5250대다. 생산 능력 대비 생산 실적 기준 가동률은 74.7%에 그쳤다. 지난해로 따지면 25만6000대를 생산해 가동률 64.0%를 기록했다.
1분기 기준 다른 공장과 비교해도 멕시코 공장 가동률은 낮은 상황이다. 기아 공장 가동률을 보면 △국내 113.7% △미국 101.4% △슬로바키아 102.3%이다. 다만 인도 공장은 72.1%를 기록하며 멕시코 공장과 함께 70%대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BYD가 멕시코에 공장을 세우면 기아 공장이 받을 영향이 클 것이라고 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멕시코가 중남미 시장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기아 멕시코 공장뿐 아니라 캐나다 등으로 우회한 국내 업체는 유탄을 맞을 것"이라고 봤다.
BYD가 미국·멕시코·캐나다가 참여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최근 25%에서 100%로 올리기로 하면서, 중국산 전기차의 미국 시장 진출은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현재 미국 정부는 멕시코를 우회해 들어오는 중국산 전기차도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는 입장이다. 이 여파로 BYD도 미국 진출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BYD가 멕시코 공장을 설립하기로 하는 데 영향을 준 요인 중 하나였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일각에선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미 정부의 높은 관세 정책이 결국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끌려는 조치일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중국의 보복성 조치 가능성을 고려하면 미·중이 협상을 거쳐 중국산 전기차가 멕시코를 우회해 들어올 수 있는 틈새는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이 보유한 파괴력과 보복성 조치 등을 고려하면 미·중 협상에 따라 기조가 바뀔 수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차그룹이 받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고 봤다.
반면 미국 정부가 멕시코를 우회해 중국산 전기차가 들어오는 길을 쉽게 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영석 원주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교수는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 중국산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의 자리가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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