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한화생명이 올해 1분기 실적을 공개한 가운데 보험사의 미래 이익 체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신계약 CSM(보험계약마진)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초 단기납 종신보험의 과열 경쟁으로 인해 한화생명의 수익률이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생명은 향후 중장기납 중심의 보장 기능을 강화하는 종신보험을 출시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모색할 전망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5801억원) 대비 36.5% 하락한 3683억원을 기록했다.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기준 변경 영향으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며 순익이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IBNR은 보험사고가 발생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생겼으나 계약자가 청구하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보험사는 이를 통계적으로 추정해 부채인 책임준비금에 적립해야 한다. 한화생명은 IBNR 기준 변경으로 인한 일회성 손실이 840억원 발생했다.
별도 기준 보험손익과 투자손익 모두 감소했다. 보험손익은 1722억원에서 908억원으로 감소했고 투자손익은 4304억원에서 702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한화생명은 신계약 CSM이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는 점에서 수익성 회복 과제를 안게 됐다. 새 회계제도인 IFRS17 도입 후 보험사의 미래 이익 체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신계약 CSM이 가장 중요한 지표로 대두되고 있다.
한화생명의 올 1분기 말 보유계약 CSM은 9조2436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신계약 CSM은 5154억원으로 전년 동기(5440억원) 대비 5.26% 감소했다. 신계약 CSM 수익성은 일반보장보험 97%, 종신·CI보험 38%, 연금·저축보험이 6%를 기록했다.
신지급여력비율(K-ICS)은 174.0%로 전년 말 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지난 16일 한화생명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하는 콘퍼런스 콜에서는 올해 초 과열 경쟁을 일으킨 단기납 종신보험 탓에 신계약 CSM이 악화한 것이 아니냐는 애널리스트의 질문이 나왔다.
구창희 상품개발팀장은 해당 질문에 대해 "종신보험의 CSM 지수가 매우 낮은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며 "올해 상품 개발과 판매 측면에서 단기납 종신보험 중심으로 종신보험의 판매 포트폴리오가 지나치게 쏠림 현상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SM 배수가 예상보다 많이 낮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화생명의 1분기 신계약 CSM배수는 6배로 전년 동기와 동일한 수준이지만 전분기(13배)에 비해서는 두배 이상 낮아졌다. 특히 한화생명의 주요 상품인 종신보험은 신계약 CSM배수가 3배에 불과해 수익 창출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16일 보고서를 통해 "(한화생명이) 견조한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신계약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CSM 배수 및 K-ICS 비율이 하락한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안 연구원은 "한화생명은 향후 CSM 배수가 높은 건강보험 판매 확대 등을 통해 CSM 배수를 향상시킬 계획이며, K-ICS 비율은 신계약 확보 및 듀레이션과 요구/가용자본 조정 등을 통해 180% 이상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생명은 올해 단기납종신보험 의존도를 낮추고 보장기능을 강화한 종신보험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시행할 계획이다. 현재 한화생명은 '시그니처암보험 3.0'과 더불어 'The H 건강보험' 등 보장성 상품 중심의 매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향후 중장기납 중심의 보장 기능을 강화하는 종신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지난 4월에는 건강 보장이 다수 탑재된 종신보험을 출시하는 등 CSM이 높은 종신보험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계획을 실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