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호황을 누리고 있는 한국 조선업계가 인력난과 더불어 향후 신조선 수주 물량이 감소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수주 물량 확대는 카타르 프로젝트 수주 물량이 반영된 결과이며, 앞으로의 수주는 중국 조선업계의 추격과 경기 불황 등이 겹치면 신조선 물량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조선업계는 암모니아운반선 등 수요가 높은 친환경 선박 비중을 늘리고, 미국 해군 함정에 대한 MRO(유지·보수·정비) 등 특수선 부문에 대한 시장 공략을 확충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0일 한국수출입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신조선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32.9% 증가한 449만CGT를 기록했다. 수주액은 135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1.4% 늘었다.
대부분의 물량은 '카타르 프로젝트'에 따른 것이었다. 1분기 국내 조선업계 전체 수주량 중 카타르발 2차 물량 비중은 55.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1분기 전 세계에서 발주된 대형 LPG선 27척 중 VLAC 겸용 20척 전량을 포함해 총 25척을 수주하며 전체 수주량 중 21.8%를 차지했다. 반면 컨테이너선은 1분기 중 단 1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수출입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1분기 국내 신조선 수주는 카타르 2차 발주 LNG선 물량을 기반으로 매우 양호한 수준의 수주실적을 달성했으나, LNG 해운시황의 하락으로 LNG선 신규 발주는 카타르 발주 종료 후 일부 개발 프로젝트 관련 물량 외에 많은 물량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컨테이너선의 경우 과거 대량 발주된 선박의 영향으로 과잉 선복량 우려가 전 세계적인 공감을 얻고 있어 동 선종의 신규 발주 역시 급격하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수주한 물량도 인력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실제 올해 1분기 국내 조선업계 선박 건조량은 248만CGT(표준선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통계를 보면 10년 전인 2014년 국내 조선업 종사자 수는 약 20만명 수준이었지만 지난 2022년 기준 9만6000명으로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외국인 근로자 등 충원 인력은 1만4359명에 그쳤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지난해 연간 약 1000만CGT에 달하는 국내 적정 생산량을 감안하면, 올해부터 1만2000명 이상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향후 중국 조선업계의 생산 능력 확대로 LNG선에 대한 우위 확보도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13일 발표한 '중국에 뒤처진 조선업 가치 사슬 종합 경쟁력과 새로운 한국형 해양 전략 방향'에서 중국이 한국을 제치고 종합 경쟁력 1위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국가별 조선산업 경쟁 우위 진단 결과 중국은 R&D설계, 조달, 수요, 서비스, 생산 등 각 분야의 점수를 종합한 결과 90.6점, 한국은 88.9점을 기록했다.
경쟁력 약화는 결국 선박 수주량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선박 수주량은 67만CGT(13척), 중국은358만CGT(91척)을 수주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조선업체들은 탈탄소화 기류에 맞춘 대형 암모니아운반선 등 신선종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암모니아운반선은 연료인 암모니아가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차세대 선박으로 주목받고 있다. 암모니아 운반선은 대표적 친환경 선종인 암모니아 겸용 액화석유가스 운반선(VLGC)보다 암모니아 운반 용량이 크고 기존 컨테이너 선박이나 유조선보다 수익성도 훨씬 높다.
아울러 미국의 조선업 쇠퇴에 따라 조선 능력이 축소되면서, 해군력 증강을 위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 내 조선 인프라가 부족한 가운데 당장 해군력을 증강하려면 함정 MRO 분야의 아웃소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필리조선소와 미 정부의 함정, 관공선 등의 MRO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한화오션은 미국에 설립한 현지 법인을 통해 MRO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함정 MRO 사업 규모는 오는 2029년까지 636억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미국의 비중이 약 23%로 추정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 대부분이 3년 치 물량을 확보한 상태이기에 당장은 선박 수주 문제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대형 LNG프로젝트에 대한 수요가 아직 남아 있고 암모니아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 교체 등의 수요가 여전히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중단기적으로 계속해 수주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중국이 잠재적 적국으로 규정하기에 중국 조선사에다 해군 MRO 물량을 맡길 수 없다"면서 "당장 미국의 해군 기지가 있는 일본에서 MRO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지만, 한국도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함정 기술력이 뛰어나기에 충분히 MRO 물량을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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