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손해보험사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손보사의 호실적이 지난해부터 도입된 새 회계기준(IFRS17)에 따라 단기성과에 치중한 '착시 효과'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금융당국이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견해에 무게가 실린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자산규모 상위 5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1분기 합산 당기순익(별도기준)은 2조5277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921억원) 대비 26.8% 증가했다.
보험사별로 봐도 5개 손보사 모두 괄목할 만한 분기 실적을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전년 대비 18.07% 늘어난 6839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이어 △DB손보 5834억원(30.4%) △메리츠화재 4909억원(23.8%) △현대해상 4773억원(51.4%) △KB손보 2922억원(15.1%) 등의 순이었다.
손보업계에서는 1분기 호실적이 장기보험 위주의 판매 전략이 긍정적으로 나타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잔액은 △삼성화재 13조7120억원 △DB손해보험 12조4000억원 △메리츠화재 10조7427억원 △현대해상 9조1200억원 △KB손보 8조903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 계약을 바탕으로 미래에 발생할 손익까지 현재가치로 환산해 반영하는 지표다. 장기보험은 보험 기간이 2년 이상인 보험으로 일반보험과 비교해 IFRS17에서 CSM이 잘 잡히는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번 호실적에 대해 일각에선 IFRS17 도입 이후 보험업계가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한 출혈경쟁을 벌인 데 따른 착시 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올해 들어 한 보험사가 보장을 확대한 상품을 출시하면 다른 보험사가 잇따라 관련 상품을 내놓으며 출혈 경쟁이 빚어진 전례가 있다.
삼성화재를 비롯한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등 손보사들은 지난달 초부터 유사암 진단비로 2000만원을 지급하는 암보험 보장 상품을 판매했다. 통상 보험사는 유사암에 대해 일반암 진단비의 10∼20%만 지급한다. 이에 유사암 진단비는 100만원부터 많아야 수백만원 수준에 그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일부 손보사는 암 진단비를 부위별로 쪼갰다. 발병률이 낮은 두경부암 등 부위의 보험금을 1억원으로 올리고 유사암 보험금을 이와 연동시켜 유사암 진단비를 2000만원으로 책정하는 '꼼수'를 썼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의 과열 경쟁으로 손해율이 높아지면 회사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견해를 전달했고, 상품 판매사들은 지난달 27일부터 유사암 플랜 판매를 중단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보험업계의 '실적 부풀리기'를 우려한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안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이미 금융당국은 이달 초 '신뢰회복과 혁신을 위한 보험개혁회의'를 출범시켰으며, 보험개혁회의 5개 실무반 중 신회계제도반을 통해 계리적 가정 신뢰성을 제고와 단기경쟁 유인 완화, 신지급여력비율(K-ICS) 정교화 등을 추진하기로 한 상태다.
당국은 보험개혁회의를 출범할 당시에도 "IFRS17이 도입 취지와 달리 과당경쟁과 단기수익성 상품개발을 유발해 일부 보험사의 계리적 가정이 단기성과에 치중하고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는 기존에 보험혁신위를 출범하면서 발표했던 내용이 향후 논의되지 않을까 싶다. 당국의 제도개선에 대해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