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억 횡령'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 "비자금 몰랐냐" 질문에 '침묵'


검찰, 1심 이어 2심도 징역 8년 구형
준비한 마스크 쓰고 질문엔 묵묵부답

90억원대 비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가 14일 오후 항소심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서다빈 기자] 90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가 각종 범죄 혐의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했다. 검찰은 이러한 장 전 대표에 대해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장원준 전 대표는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했다.

앞서 장 전 대표는 지난 2008년 4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아버지인 고 장용택 전 회장, 노 모 전무 등과 공모해 원재료 납품업체인 A사의 납품가를 부풀리거나 거래한 것처럼 조작해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91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16년 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회사 재무제표를 거짓으로 작성해 공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장 전 대표는 자사 주식 대량 취득 배경에 대해 "당시 39살의 나이로 대표·부사장 직위에 있었지만 주식과 증권카드, 인감 모두 아버지가 잘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해 아버지에게 자세히 여쭤보지 않았다"며 "급여 통장만 제가 관리했고, 이외는 아버지가 관리해 제 명의로 된 금액이 얼마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특히 비자금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노 전무가 비자금을 들고 왔을 당시 큰 금액을 들고 와서 놀랐다"며 "노 전무가 이 돈을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고, 평소 노 전무가 아버지의 신뢰를 많이 받았기에 그 부분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몸 상태가 갑작스럽게 안 좋아져서 비자금 관련 부문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장 전 대표는 공판 후 <더팩트> 취재진과 마주했을 때는 침묵을 유지했다. "비자금에 대해 정말 몰랐느냐", "주주들에게 할 말 없느냐" 등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날 검찰은 장 전 대표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다. 또 신풍제약 법인에는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장 전 대표는 마지막 진술에서 "안일하고 잘못된 판단으로 재판까지 받게 된 점에 대해 너무 죄송하고 후회하고 있다. 과오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 지난해 3월 회사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고 사무실도 모두 정리했다"며 "아버지가 생전에 만든 부외자금에 대해서도 아들로서 책임을 다하고자 회사가 입은 금전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장 전 대표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장 전 대표가 1년 6개월 동안 8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이전에 마련된 비자금과 합쳐 총 12억원을 횡령해 기업 경영 청렴성을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장 전 대표의 항소심 선고는 오는 7월 11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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