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지난해에 이어 교보생명의 저축성보험 영업 비중이 타사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새 회계제도 적용 이후 수익성에 불리한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는 경쟁사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교보생명 역시 올해 제3보험 신상품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등 보장성보험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13일 생명보험협회 월간생명보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2월 교보생명의 저축성보험 신계약 금액은 1조617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생보 빅3'로 불리는 삼성생명 6937억원, 한화생명 5717억원과 비교하면 저축성보험 신계약 금액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그동안 교보생명은 저축성보험에 강점을 보여왔다. 다만 이 같은 상품 라인업이 새 회계제도 도입 이후에는 오히려 약점이 됐다. IFRS17에서는 만기 시점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저축성보험을 보험영업수익으로 책정하지 않는다. 대신 이를 부채로 인식해 순이익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대부분의 보험사는 저축성보험을 줄이고 보장성보험을 늘려왔다.
하지만 교보생명의 저축성보험 비중은 여전히 5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일반계정 기준 일반계정 보험 상품 기준 수입 보험료는 8조221억원이다. 이 중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는 각각 3조6943억원, 4조2110억원이다. 전체 일반계정 보험에서 차지하는 저축성보험의 비중이 52.5%에 달한다.
IFRS17과 함께 새로 도입된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도 보장성보험이 저축성보험보다 유리하다. 실제로 삼성생명·한화생명과 함께 '생보 빅3'로 불려온 교보생명은 지난해 CSM 규모에서 업계 4위로 평가받던 신한라이프의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다. 신한라이프의 지난해 말 별도 기준 CSM은 7조1687억원으로 교보생명(6조1154억원)을 앞질렀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은 12조2870억원, 한화생명은 9조2385억원으로 생보업계 1·2위 자리를 유지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에서도 신한라이프가 교보생명과 격차를 100억원 미만으로 좁히며 3위 자리를 위협받았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 4891억원을 기록했다. 신한라이프(4819억원)와 차이는 70억원 안팎이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도 보장성보험 실적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실제 교보생명은 올해 암보험, 뇌·심장보험, 종신보장 건강보험에 이어 맞춤형 종합건강보험을 연이어 선보이며 건강보장 상품 라인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날 교보생명은 고객 니즈에 꼭 맞게 필요한 보장을 골라 가입할 수 있는 '교보마이플랜건강보험(무배당)'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사망을 비롯해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일반적질병(GI) 등 각종 질병을 집중 보장하는 종합건강보험으로, 고객의 나이, 라이프스타일, 경제상황에 맞게 원하는 보장을 맞춤형으로 실속 있게 준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상품은 무해약환급금형 구조로, 보험료 납입기간에 해약환급금이 없는 대신 일반형 상품에 비해 20% 가량 저렴한 보험료로 동일한 보장을 준비할 수 있다. 또한 고령층이 보험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가입나이를 80세까지 늘리고 납입기간을 5년에서 30년까지 다양하게 선택하도록 한 것도 장점이다.
오는 6월에는 유병자보험 신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합리적인 건강보장을 원하는 고객 니즈를 반영해 필요한 보장을 직접 설계할 수 있는 DIY형 건강보험을 선보였다"며 "다양한 특약과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플랜 설계를 통해 최적의 맞춤 보장을 제공해 고객의 건강한 삶을 지켜주는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보생명은 제3보험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창사 이후 최초로 '제3보험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교보생명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제3보험 신상품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제3보험에 대한 수수료·시책을 우대 지원하는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 역시 생보시장의 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제3보험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 의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인구 노령화 현상에 따라 생명보험 시장이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MZ세대와 뉴실버세대가 주 고객층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종신보험에 대한 고객 니즈는 줄어드는 반면 생존 시 다양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건강, 상해보험 등 제3보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일시적으로 저축성보험 매출 확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에는 제3보험 상품 등 보장성보험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