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추가 수익원 찾자!"…ETN, ETF만큼 몸집 키울까


4월 신규 상장 종목 15개…전월 대비 3배 증가

증권사들이 연이어 상장지수증권(ETN) 상품을 상장하며 ETN 시장이 기지개를 켤지 주목된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증권사들이 추가 수익원 창출을 위해 상장지수증권(ETN·Exchange Traded Note)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Traded Fund)에 비해 소외됐던 ETN 시장이 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 거래소 상장했지만…ETN과 ETF, 어떻게 다를까?

13일 코스콤에 따르면 국내 ETN 지표가치총액는 올해 3월말 기준 15조2000억원에서 4월말 16조2000억원으로 1조원 늘었다. 4월 ETN 일평균 거래대금은 1289억원으로, 전월(927억9000만원) 대비 360억원 뛰었다. ETN 일 평균 거래량은 4735만주로 전월(4321만주) 대비 504만주 늘었다.

ETN은 증권사가 기초지수 수익률에 연동하는 수익 지급을 약속하고 발행하는 파생결합증권이다. ETF처럼 국내외 주가나 원자재, 금리 등 기초자산 가격 움직임에 따라 수익을 내도록 설계됐다. ETN과 ETF 모두 한국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다.

하지만 ETN과 ETF는 기본적인 특성 면에서 다르다. ETN은 채권, ETF는 펀드의 성격을 띤다. 또한 만기가 없는 ETF와 달리 ETN은 만기가 있다. 만기는 1년 이상에서 20년 이내다. 또한 ETF는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면서 기초자산을 실제 보유하고 있는 반면, ETN은 증권사가 발행하고 증권사의 신용을 바탕으로 운용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ETN은 ETF와 달리 추적오차가 없어 투자자의 비용 부담 측면에서 장점을 가진다. 추적오차란 ETF의 순자산가치(NAV)가 기초지수를 얼마만큼 잘 따라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ETF는 총보수뿐 아니라 기초자산 추적오차에 따른 기타 비용을 내야 한다. ETN은 추적오차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총보수만 내면 된다.

그럼에도 ETN은 ETF에 비해선 아직 시장 규모가 작다. 4월 ETN의 순자산총액은 ETF 순자산총액인 141조2347억원의 11.47%에 불과하다. ETF에 비해 생소해서 투자자들의 인지도가 낮고, 상대적으로 레버리지·인버스 등의 고위험 상품이 많아 안정을 지향하는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ETF 시장에 대한 관심 증대와 투자자들의 새로운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맞물리며 최근 증권사들은 직접 발행할 수 있는 ETN 상품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는 추이다. 증권사들은 트렌디한 상품을 출시할 경우 자금이 몰려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주로 채권금리형 ETN이 성장을 주도해 왔으나, ETN은 다양한 기초자산과 투자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ETF 시장의 경쟁이 심화될수록 ETN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한 달새 3배로 '쑥'…증권사별 ETN 상품 살펴보니

다수의 증권사들은 다양한 ETN 상품을 상장시키며 경쟁력 제고에 나선 상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4월 기준 ETN 발행 종목은 15개로 전월 5개에 비해 3배로 증가했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메리츠증권 6개 △미래에셋증권 4개 △NH투자증권 4개 △키움증권 1개 등이다. 현재까지 상장된 ETN 상품은 총 382개다.

메리츠증권은 미국 장기채권에 투자 가능한 ETN 상품을 지난달 25일 신규 상장했다. 미국채 10년물을 추종하는 △메리츠 미국채10년 ETN △메리츠 3X 레버리지 미국채10년 ETN △메리츠 인버스 3X 미국채10년 ETN 등과 미국채 30년물을 추종하는 △메리츠 미국채30년 ETN △메리츠 3X 레버리지 미국채30년 ETN △메리츠 인버스 3X 미국채30년 ETN 등 6개 종목이다. 이에 따라 메리츠증권의 ETN은 총 75종으로 늘어나 증권업계에서 가장 다양한 상품을 보유하게 됐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투자 열풍에 ETN 상품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타사들이 주식형 ETN 상품을 선보인 반면 당사는 채권형 ETN 상품을 중심으로 출시하고 있다. 향후에도 시장에 없는 ETN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인공지능(AI)과 방위 산업을 테마로 3개 종목만 편입한 성장형 ETN을 지난달 23일 출시했다. △미래에셋 미국 AI TOP3 ETN △미래에셋 레버리지 미국 AI TOP3 ETN △미래에셋 미국 방위산업 TOP3 ETN △미래에셋 레버리지 미국 방위산업 TOP3 ETN 등 4개 종목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iSelect 선진국 NTR 지수를 기초지수로 활용해 만든 'QV 선진국 1등주 ETN' 등 4종을 선보였다. 해당 지수는 미국·영국·독일·프랑스·네덜란드·이탈리아·덴마크 주식시장 상장 기업 중 시가총액 규모 1위의 기업들로 구성됐다. △QV 선진국 1등주 ETN △QV 월간 레버리지 선진국 1등주 ETN △QV 월간 레버리지 코스피200 선물 ETN △QV 월간 레버리지 코스닥150 선물 ETN 등 4개 종목이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19일 iSelect CD수익률 총수익 지수를 기초지수로 하는 ‘키움 CD금리투자 ETN’ 1종을 상장했다. 해당 지수는 국내 시중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기반으로 하며, 금융투자협회에서 고시하는 91일 만기 CD 금리를 추종한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해당 ETN 상품으로 CD 금리에 투자해 일반적인 파킹통장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매일 확정된 이자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기존 ETF 시장에 없는 혁신적인 ETN 상품을 많이 내놓고 있다. 시장 트렌드와 맞는 ETN 상품이 주목을 받고 있고 거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ETF를 정면 승부할 ETN 상품을 출시하진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TN 상품은 ETF와 다르게 증권사가 발행하는 상품이다 보니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며 "증권사들이 ETN을 틈새시장으로 접근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aj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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