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종토방<上>] 증권가, 네이버 떠나 '인하우스' 차린 까닭은


주식 회전율 높이고 거래대금 늘리는 데 일조

최근 증권사들은 네이버 종목토론실과의 연동보다는 자사 커뮤니티 운영에 집중하는 추이다. /더팩트 DB

증권사들이 자체 커뮤니티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 개인 투자자들이 활발하게 의견을 나눌만한 장은 네이버 '종목토론실'과 '카페' 등으로 국한됐으나 이제는 특장점이 제각각인 증권사별 자체 커뮤니티가 더욱 주목받는 모양새다. 다만, 일각에서는 증권사별 커뮤니티가 초래하는 악영향도 만만찮다고 꼬집는다. 근래 들어 증권사 자체 커뮤니티가 우후죽순 생겨나게 된 경위와 이에 따라 야기된 문제점을 차례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윤정원 기자] 네이버 종목토론실은 네이버페이 증권에서 운영하는 금융 섹터의 종목별 게시판이다. 네이버페이 증권이 상장사의 소액주주들이 의견을 교류하는 창구로 사용하게끔 만든 곳이다.

네이버 종목토론실은 다수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홈트렝딩시스템(HTS)과도 연동돼 있어 투자자들이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다. 현재 네이버페이 증권에 등록된 국내 종목 약 3000개, 해외 종목 약 2만3000개에서 종목토론실이 운영되고 있다. 종목토론실에서는 월 1000만 네이버페이 증권 사용자들이 하루 15만 건에 달하는 게시물을 쏟아낸다.

◆ '토론' 아닌 '토로' 창구로…네이버 "어뷰징 모니터링 지속"

그러나 작금의 네이버 종목토론실은 토론장 본연의 기능보다는 소액투자자들의 배설창구로 작용하는 게 사실이다. 종목토론실은 "'존버(엄청나게 견딘다)'도 답이 없는 종목이다", "이런 '개잡주(성장성 및 수익성이 거의 없는 부실기업의 상장주)'는 처음 본다", "'개관(기관을 낮잡아 이르는 말)' 때문에 제대로 물렸다" 등 투자자들의 거친 문구들로 점철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상장 기업이나 당사 경영진에 대한 비방이라 할지라도 본인의 견해를 올린다면 그나마 양호한 축에 속한다. 급등락을 겪으며 투자자들의 관심에 선 종목들의 토론방에서는 종목과 무관한 정치글과 의견 교류가 아닌 '리딩방(불법 유사투자자문 행위가 이뤄지는 온라인 양방향 채널)'을 홍보하는 게시글도 봇물 터지듯 한다. 종목 관련 정보를 얻고자 접속한 게시판에서 리딩방으로 연결되는 링크만 연거푸 접하게 되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염증이 날 수밖에 없다.

이에 네이버페이 증권은 종목토론실 내 건강한 토론문화를 조성하고, 어뷰징(조회수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게시물 운영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우선 1개 아이디당 댓글은 하루 50건, 일 게시글은 30건으로 제한한다. 도배 방지를 위해 댓글은 1분에 한 개씩만 작성할 수 있도록 한다. 실명인증된 네이버 아이디로만 게시글이 작성이 가능한 만큼 불량 이용자에 대한 추적도 가능하다.

네이버페이 증권은 지난해 9월부터는 마이데이터 기반의 '내 자산' 서비스와 연계, 사용자의 증권 계좌를 연결하면 종목 페이지에 보유 여부 및 종목 토론방 내 주주 여부도 표시되도록 했다. 종목 토론방 내 주주와 비주주 게시물이 구분이 된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같은 해 11월부터는 내 자산 연결로 주식 보유가 인증된 주주들만 참여할 수 있는 종목별 '주주오픈톡' 서비스를 운영, 또 하나의 건강한 투자자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워낙 종목토론실 사용자가 많다 보니 완벽한 관리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당사는 인공지능(AI) 스크리닝, 클린봇을 통한 자체 모니터링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한국거래소 시장조사부, 금융감독원 등과 연계한 모니터링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 "자체 커뮤니티 개설, MTS 충성도 강화 목적…투자자 요청도 많아"

구설이 여전하긴 하지만 사실 네이버 종목토론실은 증권사 입장에서는 꽤나 매력적인 수익 창출처다. 주식 회전율을 높이고 거래대금을 늘려 수익에 기여하는 부분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자사 이용객의 투자를 더욱 활성화시키고자 하나둘 자체 종목토론방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커뮤니티 제작에 투입되는 비용과 수고는 상당하지만, 자사 MTS 충성도 강화 차원에서 독자적인 커뮤니티를 오픈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견해가 상당수다.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면 월간활성이용자(MAU)의 증가와 접속 시간 증대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 또한 회사 측에 자체적인 종목토론 창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더해 2년 전 네이버가 종목토론실과의 연동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증권사에 리서치센터 보고서를 요청하자, 증권사들의 자체 커뮤니티 개발은 한층 속도를 내게 됐다.

과거 증권사들은 협의 없이 각 사의 MTS/HTS와 네이버페이 증권의 종목토론실을 연결해왔다. 하지만 증권사 MTS에서 네이버페이 증권 종목토론실을 통해 나스닥 등 유료 라이선스 계약이 필요한 해외증시 정보까지 조회가 가능한 문제가 발생하자 네이버 측은 증권사에 리포트와의 맞교환을 제시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2022년도부터 네이버페이 증권은 종목토론실을 무단으로 사용해온 증권사들에게 사용중단을 요청하고, 증권 리포트를 제공하는 증권사에게 종목토론실만 이용할 수 있는 API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며 "대부분의 증권사가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교보증권(가나다순) △다올투자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하이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DB금융투자 △DS투자증권 △IBK증권 △KB증권 △SK증권 등 20개 증권사는 네이버페이 증권과 협의를 마친 상태다. 해당 증권사들은 네이버페이 증권에 리포트를 제공하며 종목토론실 API 연동 서비스를 누리고 있다.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증권사로는 NH투자증권이 있다.

☞<中>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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