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이후 '5명 사망' 세아베스틸 대표 구속 갈림길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산업재해 4건 발생
'안전'에 1500억원 투자했지만 '유명무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이후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 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이후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 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검찰은 김철희 대표 등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다. 재발 방지를 거듭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으면서 김 대표는 구속의 갈림길에 서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전주지검 군산지청 형사1부(김창희 부장검사)는 지난 8일 세아베스틸 김철희 대표와 신상호 군산공장장에 각각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조만간 열릴 예정이다.

김 대표와 신 공장장 등은 2022년부터 지난달까지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 4건의 중대재해가 발생, 5명 노동자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안전관리와 대책 마련 등을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다.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는 2022년 5월 철강 제품을 적재한 지게차에 노동자 1명이 치어 숨졌다. 같은 해 9월에는 트럭 적재함에 철강 제품을 상차 작업하던 협력사 직원 1명이 제품과 차량에 끼어 숨진 일이 있었다.

지난해 3월에는 연소탑 분진 제거 작업을 하다가 화상을 입은 노동자 2명이 숨졌다. 지난달에는 소음기 배관 하부에서 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 1명이 배관에 깔려 숨졌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중대재해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세아베스틸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부터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았다. 세아베스틸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3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세아베스틸에서는 18명이 재해 피해를 입었고 이 중 1명이 숨졌다. 세아창원특수강은 4명이 피해를 입었다. 2021년에는 각각 25명, 2명이 피해를 입었다.

경영진이 여러 차례 재발 방지를 언급했지만 '공염불'로 그쳤다. 지난 2022년 10월 김철희 대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모든 종사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는 무재해 사업장으로 거듭나게 노력하겠다. 다시 한번 믿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아베스틸의 중대재해 사고는 계속됐다. 김 대표는 2023년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도 증인으로 출석해 "돌아가신 유족분들, 사망자 가족분들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며 "앞으로 정말 이런 일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철희 세아베스틸 대표는 2022~2023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중대재해 사고 재발 방지를 거듭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더팩트 DB

업계와 노동계에서는 세아베스틸의 재발 방지 대책이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세아베스틸은 2022년 1월 대표이사 직속 '안전경영팀'을 만들어 안전보건 총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2년간 4건의 사고가 발생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이어 사망사고가 터지자 세아베스틸은 지난해 "안전을 타협 불가한 우선 경영방침으로 정했다"며 2년간 1500억원 규모 안전 관련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세아베스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80억원을 안전시설물 및 시스템 개선, 안전교육, 안전체험관 구축 등에 사용했다.

노동계는 안전 조직 확대 및 역량 강화 목적으로 투입된 1500억원 쓰임도 부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염정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북본부 노동안전국장은 "실질적으로 안전보건에 쓰였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안전불감증이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안전관리 책임자인 김 대표 등의 구속 여부는 이른 시일 내에 결정될 전망이다.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일각에선 오너 3세 이태성 세아홀딩스·세아베스틸지주 사장 책임론도 나온다. 이 사장은 고 이운형 세아그룹 선대회장의 장남으로, 세아베스틸 대표를 지낸 바 있다.

세아베스틸 최대 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지분 100%를 보유한 세아베스틸지주다. 세아베스틸지주 최대 주주는 세아홀딩스로, 이 사장이 지분 35.12%를 보유해 최대 주주로 있다. 이 사장은 현재 세아베스틸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계속되는 사고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철저한 안전 대책 마련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아베스틸 관계자는 "전사적 노력에도 또다시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에 참담한 심정으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안전 관련 투자 및 조치에 대해 면밀한 점검으로 두 번 다시 안전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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