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일본제철이 US스틸을 141억달러(약 18조1000억원)에 인수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인수를 승인했다. 가장 큰 난관인 미국 승인이 남은 가운데 인수 이후 국내 업계가 받을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6일(현지 시간) 일본제철의 US스틸 단독 인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EU는 두 회사의 제한적인 시장 지위를 고려하면 경쟁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2022년 기준 조강 생산량 세계 4위인 일본제철은 지난해 12월 US스틸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부터 US스틸이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미국 광산업 업체 클리브랜드-클리프스가 73억불을 인수 금액으로 제시했으나, US스틸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를 추진하는 일본제철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문제 당사자 기업으로 국내에 알려져 있다. 최근 일본제철은 자국 내 인구 고령화가 심각해지면서, 철강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판단에 해외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US스틸 인수 역시 같은 목적으로 전해졌다.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면 조강 생산량 기준 중국 바오우그룹과 룩셈부르크 아르셀로미탈에 이어 세계 3위권 회사로 우뚝 설 예정이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일본제철 조강 생량은 4437만톤이다. US스틸은 1449만톤으로 27위다.
일본제철이 EU 승인을 받기는 했으나 가장 큰 난관이 미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US스틸의 상징성 때문이다. 미국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만든 카네기스틸을 모태로 하는 US스틸은 미국 산업화의 아이콘으로 평가받았다.
US스틸 주주들은 지난달 12일 주주총회에서 일본제철 인수계획을 승인했다. 하지만 미국철강노동조합(USW)은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에 일본제철은 인수 뒤에도 US스틸 사명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는 최근 일본제철에 독점금지법 심사와 관련한 추가 정보·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철강업계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 인수가 성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뿐만 아니라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반대하는 상황이다.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면 글로벌 철강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술 혁신에 취약했던 US스틸이 일본제철 기술력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가 나면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의견이다.
국내 업체들은 일본제철과 US스틸 합병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협상을 통해 쿼터(할당량)만 무관세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할당량은 1년에 철강재 263만톤이며, 지난해 수출한 물량은 259만1958톤이다.
다만 일본산 철강의 미국 내 영향력이 커지면 한국의 대미 수출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수입 시장의 경우에는 일본제철의 자동차용 강판이나 전기강판 등 고급재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당장 구체화하지는 않았으나 정부 차원에서 대응을 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2022년 기준 세계 3위 철강소비국 미국 시장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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