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모빌리티 변화 발맞춰 'EV 충전·안전 인프라' 늘린다


전기차 충전, 화재 예방 시스템 개발 '속속'

건설업계가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EV) 충전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3월 EV 트렌드 코리아에 전시된 다양한 규격의 전기차 충전 콘센트 모습.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건설업계가 아파트 전기차(EV) 관련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롭게 착공에 들어서는 단지뿐 아니라 시공 중인 단지에도 충전과 화재 예방 시스템 등 다양한 전기차 인프라가 도입되고 있다. 전기차 충전 도입을 의무화한 정부의 건축 기준에 발맞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양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개발

8일 포스코이앤씨에 따르면 현재 시공되고 있는 '더샵' 아파트 브랜드에는 회사가 개발한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가 주차장 기둥에 설치되고 있다. 주차장 기둥에 설치되는 이 콘센트는 입주민이 소유한 220V 충전 케이블을 꽂아 충전하면 충전 요금이 곧바로 가구별 아파트 관리비와 통합 부과되는 시스템이다.

전기차 관련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서비스도 제공한다. 더샵에는 충전을 마치고도 충전기를 일정 시간 차지하고 있는 차량에 대해 자동으로 경고 문자를 보내는 등 충전기를 관리하는 '전기차 충전 연동 플랫폼'이 적용되고 있다. 간단한 설정으로 낮보다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심야에 자동충전이 가능하도록 하는 '충전 시간 예약시스템'도 도입됐다.

기존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시스템도 속속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은 기존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의 핵심인 전력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솔루션 '전기차 충전 전력 확충 사전 인프라'를 개발했다. 준공과 입주 후에도 쉽게 전기차 충전기를 증설할 수 있도록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

한화 건설 부문은 천장형 전기차 충전시스템 '포레나 EV 에어 스테이션'을 개발해 입주 단지에 적용 중이다. 이 시스템은 지난해 9월 한화가 LG유플러스와 함께 개발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다. 천장에서 케이블이 내려와 한번에 차량 3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전기차 충전 운영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CPO 사업을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운영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시설 모습.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은 아예 관련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20년 9월 CPO(전기차 충전 운영사업자) 사업 등록을 마친 현대엔지니어링은 일찍이 전담팀을 신설했다. 이후 CPO뿐 아니라 EV버스 인프라 구축 사업, 홈충전기 설치 등 다방면에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충전소 4500여기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는 누적 운영 규모를 7000대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엔 환경부가 주관하는 '전기차 충전 보조금 지원 사업자'에 2년 연속 선정됐다.

해외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작년에는 사업 추진에 필요한 기반을 구축했고, 올해는 본격적으로 전 밸류체인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며 "특히 올해는 북미 전기차 복합충전소 시공과 인도네시아 홈충전 사업 등을 통해 해외 사업 기반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 인도와 유럽 등 신시장 발굴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DL이앤씨가 중소기업 탱크테크와 함께 세계 최초로 건물용 전기차 화재진압 시스템을 개발했다. 사진은 시스템 작동 모습. /DL이앤씨

◆지하 주차장 화재 진압·방화 시스템 확충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자칫 큰 사고로 번질 위험이 크다. 화재 불안이 커지면서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진입을 막는 등 분쟁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아파트 내 전기차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과충전과 과속충전이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점과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있어 진화에 최장 8시간까지 소요되는 점 등 전기차 화재의 특성이 반영된 인프라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실제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발생한 전기차 화재 139건 가운데 주차 중 발생한 사고가 36건(25.8%), 충전 중 26건(18.7%) 등을 차지했다. 이에 화재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전기차 충전 시설을 지하 1~3층까지만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규정까지 신설됐다.

DL이앤씨는 '건물용 전기차 화재 진압 시스템'을 개발했다. 선박 기자재 전문 중소기업인 탱크테크와 협력해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화재가 발생하면 건물에 설치된 진압 장비가 차량 위치로 이동해 배터리팩에 구멍을 뚫고 물을 분사해 화재를 진화하는 방식이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신축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방화벽을 설치한다. 연초 시공사로 선정된 과천시 '과천주공10단지' 현장의 전기차 주차구역 후면과 양측 벽면을 방화 벽체로 시공할 예정이다. 충전 중 화재 발생 위험이 높은 전기차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 화재 우려로 일부 아파트에선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출입과 충전을 막아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이 시스템을 통해 건축물 안전성을 높이고 전기차 화재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호은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장이 지난해 3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기차 충전기 보급 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정부, 내년 전기차 충전기 설치·화재 예방 의무화

건설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전기차 인프라 확충 의무화에 발맞춘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전기차 충전 기반 시설 확대와 화재 예방‧대응을 위해 각종 의무화 규정을 내놨다.

신축 아파트에는 내년까지 총 주차면의 5%, 기축은 2%에 전기차 충전 시설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 의무 비율을 5%에서 1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주거지에는 완속 충전기, 이동거점에는 급속 충전기가 들어서고, 노후아파트 등에는 전력 분배형 충전기가 설치된다. 오는 2030년까지 충전기 123만대 이상을 확충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더딘 전기차 보급의 원인으로 충전기 등 인프라 부족이 지목되고 있어서다.

화재 예방을 위한 규정도 개정된다. 지하 주차장은 지하 3층까지만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고,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된 지하 주차장은 불에 일정 시간 견딜 수 있는 내화구조로 짓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감시용 CCTV 설치도 의무화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의 변화에 발맞춰 주거 인프라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조가 반영되고 있다. 특히 모든 신축 아파트가 주차장을 지하화하고 있는 만큼 전기차 화재 예방 시스템 설치도 필수적"이라며 "정부의 규정을 준수할뿐 아니라 주거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스마트홈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wisdom@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