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연이은 전기차 화재 사고로 소비자들의 불안이 높아지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레이싱 전기차 '아이오닉 5 N eN1 컵카'에 적용되는 화재 예방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 차량에는 배터리의 '열 폭주'를 막기 위해 열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사고 시 충격을 막기 위해 프레임을 보강했다. 현대차는 배터리 주변에 방화포를 대거 적용해 차체로 불이 옮겨붙는 것을 지연시키고 탈출 시간을 확보하는 등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8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김포시 풍무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있던 '아이오닉' 전기차에서 불이 났다. 앞서 지난 5일에는 인천시 강화군 도로에서 주행 중인 '아이오닉 5' 전기차에 불이 나기도 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 통계를 보면 2021년 24건이던 전기차 화재 건수는 2022년 43건, 지난해 72건으로 3년 새 3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재산 피해액도 8억7800만원(2021년), 9억1330만원(2022년), 14억6390억원(지난해)으로 확대됐다.
이렇다 보니 전기차 충전소 설치와 지하주차장 주차와 관련한 갈등도 나타나는 추세다. 일부 아파트단지에서는 전기차가 화재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지하주차장 출입을 금지했으며, 버스회사 차고지 주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버스용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가운데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 'N'에서 개발한 '아이오닉 5 N 컵카'에 적용되는 화재 예방 기술이 눈길을 끈다. 현대차 'N 페스티벌 eN1' 레이싱에 활용되는 이 차량은 양산차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에 경량화와 레이싱 파츠를 적용했다. 특히 빠른 속도와 가혹한 주행환경에 놓이는 만큼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는 다양한 기술이 도입됐다.
우선 아이오닉 5 N에 적용되는 '배터리 열 관리 시스템'을 통해 높은 온도를 미연에 방지한다. 전기차 배터리의 온도가 너무 낮으면 성능이 저하되고, 너무 높으면 화재가 발생한다.
국립소방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전체 전기차 화재 중 64%가 여름에 집중됐으며, 전기차 배터리의 온도가 섭씨 60~70도가 넘으면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이오닉 5 N에는 주행 시작 전에 적절한 온도로 배터리를 예열하거나 냉각해 주는 'N 배터리 프리컨디셔닝(NBP)'과 가혹한 트랙 주행 상황에서도 온도를 적절히 제어하는 'N 레이스(N Race)' 기술도 적용된다. 해당 기술들은 1시간가량 서킷을 주행해도 배터리 온도가 섭씨 30~40도 수준을 유지하도록 지원한다.
사고로 인해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질 경우 화재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 아이오닉 5 N 컵카는 배터리 주변의 프레임도 보강했다.
박준우 현대자동차 N 브랜드 매니지먼트 실장(상무)은 "배터리의 모양이 사각 형태임을 감안해 프런트판넬과 리어판넬 부분에 강화프레임을 보강했다"면서 "양산 사이즈에도 적용될지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아이오닉 5 N 컵카는 사고 등으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운전자의 탈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에 방화포를 대거 적용했다. 감전을 예방하기 위해 차량 바디와 배터리를 절연할 수 있는 절연포도 기존 양산차 대비 많이 보강했다고 N 브랜드 측은 설명했다.
박준우 상무는 "차량 넓이의 8배에 달하는 전용 질식포도 개발했으며, 전기차 화재 전용 소화액과 소화방법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면서 "아이오닉 5 N 컵카는 현재 '마크1' 버전인데, 앞으로 '마크4'까지 업그레이드하며 계속 테스트를 진행하고, 화재와 관련한 부분을 보강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F1 레이싱카에 적용되는 기술들이 점진적으로 양산차에 적용되는 것처럼, 전기 레이싱카에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도 점차 양산 전기차에 적용될 것"이라며 "열 관리와 더불어 충격 예방, 화재 발생 시 열 폭주 지연 기술 등이 도입된다면 화재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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