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 or 난항… 최태원의 BBC, 1분기 성적 어땠나


반도체 업황 개선…SK하이닉스 어닝 서프라이즈
전기차 캐즘에 SK온 실적 부진…3000억원대 적자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은 이른바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분야의 올해 1분기 성적표는 어떨까. 업황에 따라 실적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영업이익 2조8860억원 달성 소식을 전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전년 동기(영업손실 3조4023억원)와 비교해 6조원 이상 증가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이번 영업이익은 1분기 기준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이후 2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매출(12조1575억원)은 1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호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업황이 개선된 영향이다. 회사는 지난해 업황 부진으로 7조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1분기 실적을 통해 장기간 지속된 '다운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을 재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그룹의 역량이 집중된 BBC 분야의 핵심 축인 반도체가 반등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유의미하다. 앞서 SK그룹은 2026년까지 247조원을 투자해 핵심 성장 동력인 BBC 분야를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나타내지 못했다. 최근 배터리·바이오뿐만 아니라 버팀목이었던 반도체마저 흔들리자 침체된 분위기가 이어졌다.

SK그룹은 장기적으로 반도체 성장세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발걸음은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25일 미국 실리콘밸리 출장에 나서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에서의 리더십 수성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 생산할 고대역폭메모리(HBM)까지 대부분 판매됐다고 전하면서 HBM 외에도 다양한 차세대 반도체 기술로 AI 시대를 이끄는 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SK온의 부진은 지속됐다. 반도체와 달리 업황이 크게 악화하면서 올해 1분기 또 한 번 적자를 냈다. 지난해 1분기부터 4분기까지 3447억원, 1315억원, 861억원, 186억원 등 적자 폭을 줄여나가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3000억원대로 다시 영업손실 규모가 대폭 늘어난 점이 뼈아프다. SK온은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에 따른 판매 물량 감소 및 판가 하락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다소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의 주요 계열사 대부분이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마무리한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은 BBC 분야의 1분기 성적표에 관심이 쏠린다. /더팩트 DB

SK온은 지난 2021년 출범 이후 3년 동안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언제쯤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시장의 어려움이 일시적인 현상인 데다, 기초체력만 잘 키운다면 추후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란 믿음은 여전하다. 회사는 실적 발표 후 "올해 하반기 흑자 전환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24일 임직원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전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자, 정해진 미래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사업 역량을 단단히 갖춰야 한다"며 "추후 SK온 상장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소재 사업을 벌이고 있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도 전기차 캐즘에 따른 배터리 분리막 사업 부진의 영향으로 적자 전환했다. SKIET의 올해 1분기 매출은 462억원, 영업손실은 674억원으로 집계됐다.

바이오 사업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전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1분기 2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71억원의 연간 적자를 낸 SK바이오팜은 아직 1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다.

SK그룹은 올해 BBC 사업에 더욱 힘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창원 의장을 비롯한 20여명의 CEO들은 지난달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특별히 배터리·그린 사업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은 "그룹 내 사업을 점검 및 최적화하는 리밸런싱 작업을 신속히 추진해 기업 가치 제고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전기차 배터리와 그린 사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각별한 노력도 기울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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